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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의 재발견…코로나 위기 속 수익률 '반짝'

  • 2020.07.27(월) 15:28

올해 5900억 들어와…3개월 성과 한투운용 '톱'
안정적 성과 고려할 때 가장 선진적 연금펀드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 펀드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표적 연금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불안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TDF 시장으로 모이는 가운데 TDF를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주요 자산운용사들 간 수익률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 위기에 대응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TDF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올 들어 5900억 유입…미래에셋운용이 2800억 흡수

27일 금융투자업계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3조4000억원을 약간 웃돈다. 이중 올 들어서만 5900억원 가까운 자금이 TDF 시장으로 순유입됐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2798억원이 들어온 것을 필두로 삼성자산운용(1490억원)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501억원), KB자산운용(43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415억원), 한화자산운용(125억원) 등의 TDF에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 주기별로 자산을 알아서 배분해 주는 펀드다. 자산을 늘려야 할 시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인다. 대다수 TDF의 투자 초기 위험자산 비중은 90%에 육박하지만 은퇴 시점이 지나면 30~40%로 떨어진다. 은퇴 이후에는 그간 쌓은 자산을 보존하는 데 목표를 둔다.

지난 201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6년 말부터 대형 운용사들이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공모펀드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운용사 입장에선 연금자산 확보가 가능한 TDF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처럼 운용업계의 관심이 TDF로 쏠리면서 2016년 700억원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어느새 3조원대 중반으로 급성장했다.

요즘 TD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자산배분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저금리로 예적금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이보다 기대 수익은 높으면서 다른 금융투자상품 대비 안전해 투자자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 3개월 수익률 한투운용이 '톱'..향후 전망도 긍정적

운용사들의 주력 TDF는 2025와 2045다. 여기서 숫자는 예상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즉 2025는 2025년까지, 2045는 2045년까지 투자를 염두에 둔 상품이다. 물론 가입자가 그 연령대에 꼭 맞게 가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간판 상품을 둘러싼 운용사 간 성과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TDF2025형과 TDF2045형의 단기 성과만 놓고 보자면 최근 주요 운용사 가운데 한국투신운용이 가장 양호하다. 지난 21일 기준 한국투신운용의 TDF2025형 3개월 수익률은 10.71%로 KB운용(6.44%), 미래에셋운용(6.40%), 삼성운용(6.23%)을 3%포인트 이상 앞선다.

TDF2045형 역시 한국투신운용이 13.38%로 미래에셋운용(12.36%), KB운용(12.09%), 삼성운용(11.00%)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TDF 성과는 통상 펀드 내 자산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운용사들의 TDF 핵심 운용 전략을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활강 경로)'라고 한다.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 비중을 늘리다가 은퇴시점이 가까워지면 이를 줄이는 개념이 마치 비행기가 착륙하는 곡선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국내 운용사들은 대부분 이 글라이드 패스 설계와 운용을 외국계 운용사에 위탁하거나 자문을 받는다. 한국투신운용은 티로프라이스, 삼성운용은 캐피털그룹, 한화운용은 JP모간자산운용, KB운용은 뱅가드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미래에셋운용은 자체적으로 TDF를 운용한다.

한국투신운용이 근래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파트너인 티로프라이스의 공격적 운용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타 TDF 운용사들이 안정적 운용에 무게를 두고 주식과 고수익채권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인 반면 티로프라이스는 시장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위험자산 비중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조정 받을 때도 글라이드 패스에서 주식 비중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시장이 회복하면서 TDF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TDF 시장에 대한 전망도 우호적이다.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마땅한 연금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TDF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오원석 한국투신운용 연금마케팅팀장은 "안정적 성과를 중시하는 연금상품 특성상 요즘 자금이 몰리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순 없다"며 "TDF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하면서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 나온 상품 중에선 가장 선진적인 연금펀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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