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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판 커진 TDF…끝없는 진화 기대하세요

  • 2020.09.23(수) 14:43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연금마케팅1팀장   
사실상 국내 원조…ETF TDF 등 새로운 TDF 지속 추가
IRP내 TDF 라인업 섞으면 '굿'…은퇴 이후도 활용가능

한국의 타깃데이트펀드(TDF) 나이는 불분명하다. 본래 TDF와 비슷한 콘셉트인 라이프사이클펀드가 오랜 기간 있어왔지만 연금상품으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TDF로의 자금이 본격 유입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상 전환점은 2016년 삼성자산운용이 7개의 TDF를 본격 출시하면서부터였다. 이후 뒤늦게 'TDF 원조', '최초 TDF' 논란이 일었다. 그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설정일 기준으로 TDF가 이미 활용된 펀드로 본다면 삼성자산운용이 원조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국내 펀드 시장에 TDF를 알리고 본격적으로 판을 키운 장본인을 따진다면 경쟁사들조차 원조 자격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다. 

물론 중요한 점은 단지 원조 자리에 머물지 않고 TDF 시장을 여전히 주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연금마케팅1팀장 만나 삼성자산운용 TDF의 끝없는 진화 과정을 들여다봤다. 은퇴 이후까지 활용할 수 있는 TDF의 매력도 들려줬다.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연금마케팅1팀장(사진=삼성자산운용)

 ◇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원조는 원조"

국내 TDF 시장은 어느새 4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TDF를 출시하는 운용사만 11개가 됐다. 그중 삼성자산운용의 TDF가 1조1000억원이 넘는다. 2016년 4월 첫 출 시 5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당한 성과다.   

사실 삼성자산운용의 첫 TDF 출시 당시 전용우 팀장은 다른 운용사에 몸을 담고 있었다. 첫 출항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오히려 경쟁 운용사에 있으면서 삼성자산운용의 TDF 출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은퇴 시점별로 6개의 TDF 라인업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것이 국내 운용사 정서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경우 연령대별로 자산 배분이 달라 각각의 펀드를 일일이 갈아타야 했지만 알아서 자산배분을 조절해주는 TDF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시점이었다.

경쟁사들의 경우 TDF 형태가 있긴 했지만 개인연금펀드가 주로 팔렸고 그나마 있던 TDF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청산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퇴직연금 감독 규정 상 전체 적립금의 40%로 제한됐던 주식투자 비중이 70%까지 높아지자 삼성자산운용은 기민하게 TDF를 출시를 준비했고 전략은 적중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이 TDF에 상당한 공을 들인 사실은 업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예전에 없던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한 후 전략상품으로 TDF를 출시하기 위해 1년 반 이상 노력을 쏟아부었다.

◇ 캐피탈그룹 내 가장 성공적 亞 비즈니스모델

TDF의 핵심은 자동자산배분과 분산투자다. 이 중 자동자산배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봤지만 분산투자의 경우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TDF를 구성할 상품 커버리지가 너무 적었고 역량 자체도 부족했다. 미국 캐피탈 그룹과 손을 잡은 이유였다. 

현재 TDF 시장의 1위는 뱅가드, 2위는 피델리티, 3위는 T.로우프라이스, 그다음이 캐피탈그룹이다. 왜 하필 4위였을까. "당시만 해도 미국 TDF 운용사들에 아시아 시장 자체가 불모지였죠. 그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투자하며 인연이 있던 캐피탈 그룹 쪽에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트랙레코드 상 마침 5~10년 수익률도 캐피털그룹이 가장 빼어났다. TDF의 또 다른 특성인 장기투자와 맞게 오랜 기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높아졌다. 캐피탈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덜했지만 여기에는 운용에 집중하고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은 이유도 컸다.

물론 삼성자산운용이 미국과 라이프 사이클이 다른 한국인만의 TDF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을 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줄기차게 고집한 끝에 한국형 TDF가 탄생했다. 캐피탈그룹도 윈윈 효과를 봤다. 이전까지 아시아 지역 마케팅이 전무했던 캐피탈그룹 내에 처음으로 한국어가 가능한 마케팅 전담자가 생겨났을 정도다. 삼성 TDF의 경우 캐피탈 그룹 전체 내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 이중 글라이드패스 전략 등 차별점

캐피탈그룹과 손을 잡은 부분은 오롯이 삼성자산운용 TDF의 차별점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글라이드 패스 안에 여러개의 작은 글라이드 패스를 취하는 이중 글라이드패스 전략이 그중 하나다. 

이를테면 주식과 채권으로 비중을 나눌 때 주식 내에서도 리스크가 높은 성장주 주식과 리스크가 낮은 배당주 주식 비중을 조절해 글라이드 패스를 만들고, 채권 역시 하이일드부터 안정적인 채권까지 나눠서 배분하는 글라이드 패스가 존재한다. 이 부분은 캐피탈그룹만의 노하우다. 

캐피탈 펀드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운용 특성도 삼성TDF에 반영됐다. 캐피탈그룹의 TDF 운용 경력은 10년 이상, 전체 펀드 운용 경력은 88년이다. 매니저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7년에 달한다. 성과 평가 역시 최소 단위가 8년으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자산을 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수수료 메리트도 빼놓을 수 없다. 초반에 TDF 시장에 진출한 덕에 협상을 통해 외국계의 자문 등에 따른 수수료 수준을 타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낮췄다.

"해외 역외펀드의 경우 운용보수가 최소 0.8~1% 수준인데 0.3~0.5% 선까지 낮췄습니다. 1.5%수준의 수수료로 TDF와 같은 해외자산배분 펀드에 투자하기 쉽지 않죠. 재간접 펀드 가운데 삼성 TDF가 가장 싼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55형부터 ETF TDF까지 라인업 강화중

시장이 크는 사이 삼성자산운용은 앉아서 과실을 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세분화를 시도했다. 첫 출시 4개월 후 은퇴 시점을 2015년으로 하는 TDF를 출시했다. TDF 2015형은 삼성자산운용이 유일하다. 

2015형은 이미 지난 시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은퇴한지 5년이 지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TDF다. 하지만 은퇴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2020형보다 더 안정적인 투자를 원할 경우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2055형을 추가했다. 완전히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TDF다. 삼성자산운용은 이처럼 소위 TDF 빈티지를 계속 선제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2055에 이어 2060 TDF도 출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오롯이 ETF로 운용되는 TDF도 선보였다. 기존의 한국형 TDF가 캐피털그룹의 펀드로 운용되는 액티브 형태라면 삼성자산운용이 전 세계 ETT 조합을 통해 직접 운용하는 EMP 형태의 패시브 성격의 TDF다.

ETF TDF의 경우 ETF로 운용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워낙 적은 수수료 탓에 마케팅을 따로 하고 있지 않지만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 IRP 내 여러 TDF 섞어 은퇴 이후까지 활용

IRP 계좌에 TDF를 담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퇴직연금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30조원 규모의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조원가량인데 4년 사이 TDF가 4조원대로 올라왔다.

그러면서 TDF만으로 운용하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전 팀장도 다른 펀드로 섞어 운용해오다 TDF로 바꾼 케이스다.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담아야 할지는 항상 고민이다. 전 팀장은 어떤 TDF를 얼마나 담을지는 투자자 성향에 달렸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면 2045, 2050 TDF를, 아직 은퇴 시점이 꽤 남아있더라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2025, 2030 TDF 위주로 담으면 된다. 전 팀장의 경우 2045와 2050, 2020에 나눠 넣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 시점이 되면 TDF 운용을 중단할까. 아니다. 은퇴가 가까웠거나 이미 은퇴한 상태라도 TDF로 계속 퇴직연금을 운용 가능하다. 인출이 필요할 때마다 수익률이 괜찮은 펀드를 환매해 자금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TDF의 은퇴시점은 만기를 뜻하지도 않고 그 시점이 와야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투자전략을 차별 짓는 것이죠 은퇴 시점을 뜻하는 숫자가 많다면 그만큼 주식 비중이 높고, 적다면 채권 비중이 높다고 보면 쉽습니다."

대신 인출 시점에서 TDF마다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테면 코로나 여파로 2045 펀드는 수익률이 잠시 부진하다가 회복됐는데 그 시점에서 펀드를 환매해 자금을 꺼내 써야 할 경우 손실이 확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은퇴자금을 굴릴 수 있는 TIF도 있지만 TDF를 계속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다. 전 팀장은 "은퇴 이후 30년이 지날 때까지 TDF를 계속 굴린다고 보고 그때까지 오래 남아 지속될 수 있는 TDF를 고르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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