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국 투자 수요는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분야가 주춤할 수 있는 반면, 핀테크 분야가 뜨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2일 '패러다임 변화 속 중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 시장 전문가를 초빙해 투자 기회를 엿보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16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중국 내 핀테크 분야 확장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함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긍정론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핀테크 분야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모바일 결제 사용자 수는 2013년 1억3000만명에서 지난해 5억8000명으로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자산관리 규모도 7226억위안에서 5조6675억위안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핀테크 분야 성장은 인프라가 빠르게 보급된 영향이 컸다. 2014년 이후 신규 스마트폰 보급량은 매년 4억 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인터넷 이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며 모바일 보급 확대는 웹 기반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황빙양(Huang Bingyan) CICC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요 4대 은행은 100억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IT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관련 기술을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기술 개발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상해에는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로봇과 기계를 활용한 무인뱅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 작업은 거의 막바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5G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이와 같은 기술 확장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소기업 대상의 세무 업무를 지원하는 분야에 IT 기술을 적용하는 분야에 주목하면서 이 시장 규모를 1000억위안으로 내다봤다.
황 애널리스트는 "중소기업 세무신고 분야가 개척이 덜 돼 있어 관련 분야에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항생전자와 동방재부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전망이 썩 좋지 않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다 중국 전역 토지 값이 오르면서 개발업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이 완화해야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덩리흥(Deng Liheung) 하비스트펀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국내 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 경제는 내년 후반기까지 바닥을 찍을 수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을 빼 민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올해 MSCI 중국 A주 편입 효과 등으로 증시에 2000억위안 등이 새롭게 들어오는 효과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부동산 관련 종목 중심으로 부진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A주 내 종목별로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전망은 의견이 엇갈렸다. 미중 간 무역분쟁은 양국 간 헤게모니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내년 재선을 앞두고 있어 해결 국면으로 끌고갈 것이란 기대가 교차했다.
제시 구오(Jessie Guo) 초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 국가 피해 규모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선거를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이 홍메이(Cui Hongmei) KBAM 상해법인장은 "미국 정부에도 정치적 압박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화된 수위로 가게 될 것"이라며 "무역분쟁은 가장 나쁜 시기가 지났다고 보기 때문에 관련 여파를 받은 기업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덩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히 누가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었느냐에 대한 문제로 보기는 힘들다"며 "글로벌 경제 톱을 놓고 여러 분야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 경쟁이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상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용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13일 현재 중국 펀드 운용 규모는 약 1조5600억원이다. 이중 KB 통중국 고배당 펀드를 비롯해 6000억원 규모의 중국 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