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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연금과 사모펀드 '꿀조합' 기대하세요"

  • 2019.12.13(금) 08:29

플랫폼파트너스 운용 김수헌 실장·이준석 부문장 인터뷰
"부동산·인프라·원자재 등 대체자산 퇴직연금 투자처로"

퇴직연금을 사모펀드로 운용할 수 있을까. 투자자 수요를 적극 반영한 사모펀드로 연금을 굴린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 리스크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사모펀드로 운용하길 희망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 운용자산 20조원 이상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기업들에 관련 사모투자 상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해 말 190조원 규모에서 2027년 380조원으로 2배 가까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런 가운데 대체자산 투자를 내건 사모 전문 운용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김수헌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연금솔루션부문 실장과 이준석 금융통합전략실 부문장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퇴직연금 운용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수헌 실장과 이준석 부문장이 제시한 투자 자산은 부동산·인프라·원자재 등 대체자산이다. 사람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한 사라질 수 없는 자산인 만큼 운용 실력만 갖춰진다면 연금 투자처로 제격이라는 조언이다.

이준석 부문장은 한화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 플랫폼파트너스에 합류했다. 김수헌 실장은 교보생명 퇴직연금 사업본부와 삼성자산운용 OCIO(외부위탁운용) 컨설팅팀 등을 거쳐 올 7월 적을 옮겼고 현재 플랫폼파트너스의 연금솔루션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인터뷰는 김 실장, 이 부문장과의 질의응답을 묶어 정리했다.

왼쪽부터 이준석 금융통합전략실 부문장, 김수헌 연금솔루션부문 실장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이미 과도기를 지났다. 개인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를 제한한 2011년 즈음을 과도기로 평가한다.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중간정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적립금 규모 확대 속도가 더뎠던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 퇴직연금 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은 적립금 확대 속도에 비해 운용 수익률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 퇴직연금을 사모펀드로 운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DB형 연금의 운용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마다 재정상황은 제각각이다. 개별 기업 수요를 반영해 맞춤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사모펀드 운용의 장점이다. 현행 규제 체계에서 사모펀드로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 DB형뿐이라는 한계도 있다. 작년 말 기준 DB형 연금 적립금 총액이 약 122조원이다. 대부분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최적의 솔루션은 무엇일까. 대체자산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대체자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 주식 혹은 채권 등 전통 자산의 경우 투자자가 많은 비용을 지불해 알파 수익을 얻는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점점 옅어지고 있다. 자산배분 형식을 적용한다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사서 운용하면 된다. 경쟁력은 대체자산 투자 능력에서 나온다. 우리가 우위를 갖고 있는 영역이다. 대체자산에는 인프라·부동산·원자재 등이 포함된다. 사람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 사라지지 않는 시장이다. 비용을 지불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면 투자하는 것이다.

- 현재 준비하고 있는 펀드를 소개하자면
▲ 인프라·부동산·글로벌크레딧·기업금융 등 4개 본부에서 메가펀드를 조성해 내년 상반기 즈음 선보일 예정이다. 당장 출시가 목전에 있는 상품은 글로벌크레딧 본부의 무역금융 펀드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운용사의 무역금융 펀드와 달리 총수입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혹은 레버리지 요소들을 모두 제거했다. 순수 론(Loan, 대출)에 기초하고 있다. 만기를 13개월 24개월 36개월 등 3종류로 나눠 출시한다. 연 4.5%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퇴직연금 펀드는 자금 모집이 끝난 다음에 설정할 수 있어 다음 주 즈음 구체적 규모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무역금융 펀드: 신용장이나 매출채권 등을 기초 자산으로 구성한 펀드
☞ TRS: 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매수자에게 이전하고 해당 대가로 약정 이자를 받는 거래 행위

- 퇴직연금 상품 치고는 만기가 짧은 편이다
▲ 기업 수요가 아무래도 만기가 짧은 상품에 몰리고 있다. 기존 원리금보장형 상품도 1~2년 단위로 롤오버(Roll over, 만기연장)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와 수수료 등을 매년 확인해 반영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기업 내 담당자가 장기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 뒤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는가. 담당 책임자의 임기 등도 감안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할 이유가 사실 없는 셈이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대체자산이 이례적으로 각광받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이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 대체자산도 영역에 따라 따로 봐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기업 잉여 현금 흐름에 의해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부동산이 대체자산의 전부는 아니다. 인프라와 원자재도 있다. 인프라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캐시에 대한 담보력을 기초로 삼는다. 발전소 자체를 산다기보다 사업체 지분을 매입해 배당 이익을 받는 구조다. 실제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가격이 올라 가치가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봤을 때 싸면 사는 거고 비싸면 안사는 거다.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김수헌 실장 [사진=이돈섭 기자/dslee@]
이준석 부문장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우량 자산을 선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 실사를 철저하게 진행한다. 올해 호주의 한 외식업체 투자를 검토했다. 서류상으로는 완벽했다. 현지를 방문해 식당 전경과 음식, 접객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결국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자산에 대해 설명만 듣고 실사를 꼼꼼히 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 주목하고 있는 특정 시장이 있다면
▲ 싱가포르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리츠가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는 대부분 이미 지어진 부동산을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주주가 소액 주주에 물량을 전가하고 손을 털고 나오는 통로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싱가포르 리츠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단계부터 건물을 짓고 이를 임대해 배당 수익을 취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당국의 철저한 통제로 건강한 경쟁이 이뤄진다. 퀄리티가 다르다. 싱가포르 사무소는 향후 지점으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연말이 지나면 전체 인력의 3분의 1 정도가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현지 딜 소싱에 주력할 계획이다.

- 당국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천명한 상태다. 디폴트옵션 적정상품으로 TDF(Target Date Fund·생애주기펀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 TDF에는 맹점이 있다. 같은 해에 입사한 사원 2명이 동갑이라고 하자. 예상 은퇴시점이 서로 같다. 한 명은 집에 돈이 많아 노후 걱정을 하지 않는 반면 다른 한 명은 가진 게 거의 없어 하나씩 새로 쌓아야 한다. 이 두 명에게 같은 운용 솔루션을 제공해도 괜찮은 것일까. TDF는 은퇴시점만 보고 나머지 변수들은 다 같다는 전제를 깔고 운용하는 상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투자 성향이 바뀌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시장 쇼크가 오거나 개인 사정이 달라지면서 생각도 달라진다.

- 일각에서는 맞춤형 퇴직연금 운용의 대안으로 알고리듬 투자를 제안하기도 한다
▲ 국내 알고리듬 매매는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인공지능(AI) 형태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알고리듬 매매는 특정 수익률을 내기 위한 매매와 자산을 적정 배분하는 수단 등으로 나뉜다. 두 가지 모두 매니저가 어떤 알고리듬을 쓸 것인지 선택해 지시해야 작동한다. 알고리듬 영역도 자세히 뜯어보면 전문가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수학을 기반으로 한 퀀트 베이스 투자조차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 향후 계획은
▲DB형 연금 상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임팩트를 보여주겠다. 트랙레코드를 쌓아 투자전략을 검증받아 향후 DC형 연금과 IRP(개인형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기술적 문제와 함께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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