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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퇴직연금의 성공 열쇠 '64%의 비밀'

  • 2019.11.22(금) 10:52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인터뷰
중위계층 소득대체율 64% 실현 핵심
"수익률 증가 위한 자원 확보 시급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국민연금은 계속 늘어나지 않죠.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이 자산을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 재료가 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운용사의 역할인 셈이죠"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7년 380조원으로 9년 새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퇴직연금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연금 수익률 재고다. 자산운용사들은 연금 운용의 특성상 안정성을 강조해 연수익률 1%대의 안전보장형 상품 탈피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경쟁만 치열한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는 지난 20일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국내 퇴직연금 제도와 적정 수익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성 교수는 서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대에서 금융보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성 교수를 '원톱' 수준의 전문가로 소개한다.

성 교수는 목표소득대체율 개념을 설정해야 한다며 중위계층의 소득대체율 64% 실현을 강조했다. 퇴직급여 제도는 50여 년 째 유지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뚜렷한 기준 없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퇴직연금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국가적 자산임을 들어 운용업계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도 주문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 교수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최근 정부가 발표한 퇴직연금제도 단계적 의무화 방안 등에 대해 평가한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퇴직금 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부채로 안고 있다가 근로자 퇴직 시 정산해 제공토록 한 제도다. 기업에 재정 문제가 생기면 퇴직금 제공이 어려워진다. 주로 영세 기업이 퇴직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 제도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마련됐다. 외부 금융기관에 퇴직금을 적립해 놓고 근로자 퇴직 시 제공토록 했다. 기업이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한다는 것은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노동조합 역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할 텐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다는 점이 문제다. 환노위 쟁점은 대부분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초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근퇴법 개정안이 환노위에 있다보니 정치 논리가 작용하게 됐다. 근퇴법 받으면 이거 달라는 식이다.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는데 아쉽다.

▲ 퇴직연금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빠져있는 점을 지적한다면
-목표소득대체율(이하 소득대체율)이 상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에 받는 연금이 어느 수준이어야 할지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퇴직연금제도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현재 준 공적연금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퇴법은 퇴직급여를 받을 권리를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양도할 수 없는 채권은 압류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준이 없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큰데 도대체 얼마나 높여야 적정한 수준인지 알 수 없다. 퇴직연금 재정목표는 소득대체율을 달성하는 데 있다.

▲ 소득대체율을 달성하면 뭐가 좋을까
-우리는 노년층 문제를 사회 부채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하철 공짜 표 주는 것을 비용이라고 생각해 손실 보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는가. 노년층이 사회 부채로 인식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은퇴자 연금자산이 풍부하면 그들을 소비층으로 편입할 수 있다. 은퇴자를 위한 레스토랑 여행사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집안 어르신이 재산이 많으면 아들 며느리 등이 열심히 찾아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유럽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배경에는 탄탄한 연금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 교수 [사진=이돈섭 기자/dslee@]

▲소득대체율 적정수치는
-은퇴 직후 연령대인 60~64세 소비 지출액을 은퇴 직전 연령대인 55~59세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소득대체율을 산출했다. 은퇴 전후 소비가 줄어드는 은퇴 소비 퍼즐 현상이 반영된 통계청 2018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했다. 쉽게 말해 은퇴 이후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아야 생활이 유지되는지 계산한 것이다. 평균 급여가 아닌 은퇴 시점 급여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올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평균 소득 기준 44.5%다. 직장 생활 40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소득 계층은 고위 중위 저위로 나눴다. 고위 계층은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월세도 받고 배당도 받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위 계층은 여러 복지 시스템 안에 편입돼 있다. 중요한 건 평균에 해당하는 중위 계층이다. 중위 계층 소득대체율은 64%다. 은퇴 직전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이후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을 합쳐 64만원은 받아야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얼마나 돼야 하는가
-'중위 계층 소득대체율 64%'는 희망 목표치다. 현재 국민연금 개인연금 수익률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7%를 달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연 3.2% 수익률을 가정할 경우 실현 가능한 소득대체율은 60%로 산출된다. 64%와 60% 사이 4%포인트 간격을 메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인 셈이다.

▲ 운용사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꾸준히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더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 형성되고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무원 빼고 연금으로 사는 사람이 현재는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 핵심 플레이어는 운용사다. 국내 운용사들은 대개 영세한 게 문제다. 종업원 300명을 넘는 운용사가 없다. 마케팅 중심으로 인력 구조가 짜여 있고 펀드 설계 능력도 달린다. TDF(Target Date Fund·생애주기펀드) 경우만 봐도 해외 재간접 펀드가 많지 않은가. 수수료가 높아지고 덩달아 실질 수익률도 떨어진다. 모든 운용사가 잘할 필요는 없다. 몇 곳만 우선 잘하면 된다. 그러면 시장은 따라오게 된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근퇴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다.

▲ 보완해야 할 부분이 더 있을까
-분할 연금 수령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지출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가족과 지인 등이 손을 벌려올 수 있고 의료비에 목돈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원치 않게 직장을 떠나야 할 때도 있다. 퇴직연금을 해지해서 유연하게 사용토록 하되 금액을 꾸준히 누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근퇴법 상에는 연금 분할 수령 권고 문구가 미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투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투자는 스스로 분석해서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른이 돼서 다투는 원인은 대개 돈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홍콩은 유치원 때부터 금융 교육 등을 하더라. TV를 보고 있으면 관련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 하는 금융교육은 고정관념이 생겨 교육 효과가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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