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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톱 국회에 200조 퇴직연금 시장 '휘청'

  • 2019.12.17(화) 17:00

퇴직연금 시장 확대 및 육성 법안 국회 계류
"내년 총선 전 선심성 논의라도 이뤄졌으면"

"국회에서 퇴직연금 관련 개정안이 질질 끌면서 통과되지 않으면 누가 손해를 보겠습니까. 퇴직연금을 통해 자산 증식 기회가 사라지는 일반 샐러리맨만 손해보는 겁니다"

국회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면서 퇴직연금 법안 통과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국회 소관위에는 15건의 퇴직급여 개정법률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다. 각각의 개정안은 디폴트옵션 도입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퇴직연금제도 의무화 등 다양한 제도화 정책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쟁으로 최근 몇 달간 국회에서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개정안 통과로 시장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던 금융투자 업계는 자칫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표류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 될수록 퇴직연금 가입자만 손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연일 파행…퇴직급여 개정안 논의 언제?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한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총 15건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접수됐다. 환노위는 환경부와 고용부 소관 사항 의안 등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다.

15건의 퇴직급여 개정안은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접수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등이 제출한 개정안과 같은 당 한정애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은 각각 디폴트옵션 도입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삼고 있다.

☞디폴트옵션: 연금 가입자가 별도 투자 상품 가입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설정해 놓은 투자상품에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설정한 제도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사용자와 근로자 합의를 통해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을 신탁 형태로 설립, 수탁자를 선정해 기금을 운용토록 한 제도.

통상 소관위에 접수된 법안은 소관위 내 논의를 거쳐 법사위로 넘겨져 심사를 받는다. 심사가 끝나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현 20대 국회 임기는 내년 5월29일까지로, 그 전에 해당 절차가 끝나고 임시국회가 열리면 통과 자체는 가능하다.

현재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탄력·유연근로제 법안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급여 개정안은 논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최근 몇 달간 제대로 된 소관위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회 관계자는 "온갖 정치적 이슈로 국회가 멈춰있는 상황에서 퇴직급여 개정법 논의가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설사 논의가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계류 법안이 많아 이를 처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투자처 없는 200조 퇴직연금

퇴직연금 개정이 미뤄지면서 가장 신경이 곤두선 곳이 금융투자 업계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최근 3~4년간 퇴직급여 운용에 최적화한 펀드를 집중적으로 출시했다. 수수료를 낮추는 등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이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은 고령화 사회의 중요한 사회 자본으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190조원. 전문가들은 2030년 적립금 규모가 40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끊임없이 자금 고갈 우려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국민연금과 대조적이다.

정작 퇴직연금은 규모와 위상에 맞는 운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돼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예·적금 연이율이 2%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렇다할 투자 수익이 없었던 셈이다.

원리금보장상품은 원금 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낮춘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후자금으로 쓰일 자금을 리스크 높은 상품에 투입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거대 자금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린다.

◇정부도 퇴직연금 시장 육성 업계와 한뜻

당장 국민 노후소득 자본을 조성해야 할 정부도 금융투자업계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관련 정책 마련에 착수했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근까지 업계와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논의를 진척시켜왔다.

올 4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출범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FT)가 대표적이다. 인구정책 TF는 산하에 작업반 10개를 설치하고 인구구조 변화가 각 산업 영역에 미치는 여파를 분석, 대안 마련에 주력해왔다.

지난달 발표한 '퇴직연금 노후소득보장 기능강화 방안'이 그 일환이다. 해당 방안은 퇴직연금제도 의무화 방안과 중소 영세기업 대상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 방안, 디폴트옵션 도입,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담고 있다.

이들 정책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자 인식을 제고하고 흩어져 있는 연금 재원을 한곳에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환노위에 계류 중인 15개 개정안 중 상당수에 정부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총선 전 선심성 논의라도…"

금융투자업계는 인구정책 TF 정책에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비록 제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시장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거듭되면서 개정안 통과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업계에서는 부쩍 비관적 전망이 많아졌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정부와 업계가 각종 세미나와 미팅 등을 통해 법안 마련에 힘을 쏟았는데 국회에 막혀있다"며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일반 국민의 자산 증식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겠느냐"며 "일단 제도를 마련한 후 하나씩 고쳐나가는 게 중요할 텐데, 시작조차 막혀있는 모습이 업계 담당자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 5월 말 20대 국회 종료 전 선거가 치러질 텐데 선거 전 선심성으로라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며 "정부로써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환노위 내 퇴직급여 개정법 논의 일정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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