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 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하면서 자금 유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퇴직연금 시장 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확대 지원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증권가 내 기대심리는 한층 더 부푸는 모양새다.
수수료 면제·최저 수수료·수익률 각양각색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관련 수수료를 인하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연금 수령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IRP 해당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은 KB증권이 증권가에서 처음이다.
KB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50억원 이하인 중소규모 기업체를 대상으로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도 기존 연 0.50%에서 연 0.42%로 0.08%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은퇴 이후 연금 수령 고객의 노후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현대차증권도 이달부터 모든 퇴직연금 수수료를 기존 수준에서 0.1%포인트 인하했다. 일부 사회적 기업에는 퇴직연금 수수료를 50%까지 할인하기로 했다. 고객의 운용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실질적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고안한 정책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DB형 연금의 기본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한편, DB·DC형 연금의 장기할인율을 인상했다. 작년 퇴직연금 사업에 뛰어든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DB형 연금 운용 기업에 수수료를 연 0.2~0.4% 수준으로 낮춰 자금 유치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증권은 수익률을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B형 연금 실적배당형 직전 1년간 수익률은 4.1% 수준이다. 증권업계 평균 1.2%, 은행권 평균 0.6%보다 높은 부분을 내세우고 있다.
제도 마련으로 실적배당형 비중 확대 기대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는 은행, 보험사와 함께 퇴직연금 사업자로 묶인다. 기업과 개인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기업과 개인 가입자를 대상으로 증권사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지원 정책도 나오고 있어 전망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약 190조원. 같은 기간 퇴직연금 사업자인 국내 13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운용 규모는 36조7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19.3%를 차지한다. 증권업계는 적립금 규모가 2027년 380조원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확대 추이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 다양한 투자 상품들이 각광받게 되고 금융투자업계 역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민간 연금 재원 확보를 위해 지원 정책을 마련한 점도 기대를 높인다.
지난해 전체 적립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저성장 저금리 여파로 수익률이 대개 연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공적연금 고갈 우려로 퇴직연금 수익률 확보가 화두에 올라있는 상태다.
최근 정부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확대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제도의 단계적 의무화 방안도 투자자 인식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계류 중인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상품 비중은 빠르게 확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