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출자한 해외합작 거래소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형 증시 인프라 수출의 일환으로 2011년에 설립한 라오스증권거래소는 지난해에도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가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도무지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에 세운 거래소들 역시 부진이 거듭되면서 투자원금을 대부분 까먹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오스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순손실 17억원을 내면서 전년 14억원의 순손실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영업수익은 약 3억원으로 전년 2억원보다 소폭 확대됐다.
적자 규모는 지난 2013년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으나 영업수익 외형은 2017년에 반짝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작년에도 영업수익이 겨우 3억원대에 그쳐 주식시장을 이끄는 증권거래소의 한해 벌이라고 내놓을 만한 수준이 못된다.
라오스거래소는 지난 2011년 1월 한국거래소가 137억원을 출자해 출범시킨 첫 해외 합작 증권거래소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전(前) 이사장(2009년12월~2013년9월) 시절 만들었다. 한국거래소가 작년말 기준 49%의 지분을 들고 있다.
이 곳에 적지 않은 자금을 꾸준히 대고 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약 7억원을 출자한데 이어 이후 매년 5억~6억원 가량의 자금을 대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가 좋을 리 없다. 한국거래소는 손실 누적 등으로 회수가능 금액이 취득 원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 손상차손(재무상 손실)으로 털어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라오스증권거래소에 투입한 금액은 총 161억원에 달하나 장부상 인식 금액은 5분의 1 수준인 23억원에 그치는 이유다.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의 증권거래소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2년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합작으로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를 설립했다. 보유 지분은 45%.
작년말까지 102억원을 출자했으나 손실이 반복되면서 2017년에 49억원의 부실을 털어낸 바 있다. 재무성적도 눈에 띌 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순손실 14억원을 냈으며 영업수익은 7억원이다.
한국거래소는 2014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증권거래소(RSE)에 증시시스템 용역 구축의 댓가로 2016년에 RSE의 지분 25%를 확보, 이듬해 관계기업에 포함시켰다.
우즈베키스탄 거래소의 첫 취득원가는 65억원이지만 지난해 말 장부금액은 4분의 1에 못 미치는 15억원으로 책정됐다. 우즈베키스탄 환율의 급격한 평가 절하 등으로 2017년에 4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거래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억원, 순이익은 1억원에 못 미친 1800만원 수준이다. 순이익은 전년 5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사업과 달리 한국거래소의 국내 사업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은 1241억원으로 전년 960억원보다 3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19회계연도 결산으로 보통주 1주당 2601원, 총 497억원 규모의 배당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년 배당총액 384억원(주당 2011원)보다 11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