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옛 아이엠(IM)투자증권과 합병하면서 떠안은 소규모 자사주를 5년 만에 처분한다. 자사주 취득 당시 정해 놓은 처분 기한이 다가왔기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현 주가가 자사주 취득 당시와 엇비슷하면서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마음이 한결 가볍게 됐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3주(보통주)를 주당 3280원에 처분키로 결의했다. 주당 처분가는 결의일 전일(14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며 내달 25일까지 증시에서 처분할 예정이다.
처분 규모는 전체 보유 자사주(4314만주)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처분 금액도 눈에 띌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주당 처분 예정가가 의도치 않게 취득 당시 매입가와 비슷한 금액으로 맞춰져 관심을 모은다.
메리츠증권은 주요 사업인 종합금융업 만료에 대응하고 기업금융(IB)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했다. 합병 비율은 메리츠증권 대 아이엠투자증권이 1:1.5184534. 피합병법인인 아이엠투자증권의 주식을 합병법인 메리츠증권의 발행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합병을 반대한 메리츠증권 주주 2명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회사가 사들인 주식이 이번에 처분할 13주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보유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고 요청하는 권리다.
메리츠증권이 해당 주주에게 제시한 매입가는 주당 3923원. 회사는 주식매수청구권에 의해 취득한 자사주를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수한 날로부터 5년 이내 처분한다는 조건을 달아놨다.
통합법인 출범(합병일 2015년 6월1일) 직후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한때 액면가(1000원)를 크게 웃도는 6523원(그해 6월30일 종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몇번의 등락을 거친 이후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는 바람에 메리츠증권 주가도 덩달아 하락, 2000원대까지 밀렸다가 최근 소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코로나 여파로 급격히 빠졌다 반등하는 현 주가가 5년 전 취득한 자사주 매입가와 처분 기한이 다가올수록 비슷한 금액에 수렴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비록 적은 규모이긴 하나 이렇다 할 손실 혹은 차익없이 홀가분하게 자사주를 털어내게 된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사주 처분 시 매입 당시보다 가격이 높을 수록 차익을 키울 수 있지만 메리츠증권으로서는 처분해야 할 자사주가 워낙 소액인데다 IM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떠안은 일종의 '잔재물'이란 측면에서 가격이 높아도 찜찜할 수밖에 없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이번 건과 별개로 추가로 처분해야할 자사주가 남았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추이도 신경을 쓸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대형IB 진입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2017년 할부금융 관계사였던 메리츠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떠안았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의 단일 주주인 지주사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 100%(4320만주)를 대상으로 1주당 2.5232069주 총 1억여 신주를 발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주식 교환을 반대하는 주주 24명을 대상으로 메리츠증권은 총 1689주를 주당 3483원에 사들인 바 있다. 해당 주식의 처분 기한은 '매수한 날로부터 5년'으로, 오는 2022년 4월2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