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하면서 조달 자금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는 충분해 보이나 마침 초대형 IB 최소 요건을 충족하기에 다소 모자란 금액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전날(25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의했다. 조달 금액은 2000억원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작년말과 올해초에도 각각 2000억원, 500억원의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하면서 자본 덩치를 키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9월말 3조6400억원 수준인 자기자본은 올 3월말 기준 3조9600억원으로 확대됐다. 외형상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의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에 바짝 근접한 것이다.
다만 총 2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초대형 IB 요건상 제외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 이후라도 자기자본이 4조원에 못 미치는 3조92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4조원 고지'에서 약 800억원 가량 모자라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으나 부채성 자본이라는 점에서 초대형 IB 기준을 따질 때 그만큼을 빼고 계산한다. 대신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영업용순자본에 산입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위해 증권 업계에서 최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NCR 수치를 개선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의 작년 9월말 구NCR(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은 155.3%로 작년 6월말 177%에서 무려 20%포인트 가량 떨어진 바 있다. NCR은 높을수록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인데 150% 미만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았다. 다만 신NCR이 적용되면서 2016년 이후 적용되고 있지 않다.
올 3월말 구NCR 수치는 151.3%로 여전히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나 이번 유상증자를 거치면 8.4%포인트 오른 159.7%로 개선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도 이번 자본 확충의 배경으로 '재무 건전성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은 초대형 IB의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려기 보다 재무구조의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행보는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진입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과 비교된다.
메리츠증권도 모처럼 최대주주 대상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조달 금액을 더 여유있게 책정, 재무 건전성 개선과 함께 초대형 IB 진입을 동시에 만족시켜도 되지 않느냐란 물음이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굳이 초대형 IB 진입을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경영진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대로 순이익 실적이 지속된다면 부족한 부분을 메워 올 하반기에는 자기자본 요건을 자연스럽게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