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에 머물던 조각투자가 정식 제도로 자리잡는다.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각투자 발행과 유통 라이선스 인가 신청을 접수받아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 바라보는 것은 '발행과 유통의 분리'에 관한 규제다. 지금까지는 한 업체가 상품을 공모하고 동시에 유통까지 맡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방식이 불가능해진다. 남아있는 회색지대는 '타사가 발행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업계에서는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샌드박스 기한 만료 앞둔 업체, 인가 준비 착수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30일부터 신탁수익증권 조각투자 유통플랫폼에 대한 인가 단위를 신설한다. 앞서 당국은 연초 발행 인가 단위를 6월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내 자산운용감독국이 발행 라이선스, 자본시장감독국이 유통 라이선스를 각각 맡아 심사할 예정이다.
인가 신설은 부동산, 음악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형식의 조각투자 사업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음을 뜻한다. 지난 2019년 금융위가 조각투자업체 가운데 처음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한 이후 6년 만에 제도화되는 셈이다.
현재 샌드박스 특례로 사업을 하고 있는 조각투자 업체들도 조만간 본인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 조각투자업체인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은 오는 6월 특례 적용이 끝나기 때문에 본인가 신청이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는 주력 사업인 상품 공모를 이어가기 위해 발행 인가 신청 준비에 돌입했다. 뮤직카우, 에이판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앞으로 2~3년의 특례기간이 남아 있어 샌드박스를 이용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기존 증권사나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등이 조각투자 서비스에 관심을 표해왔지만 당분간 진입하기 어렵다. 샌드박스 특례 인가를 받은 6개 업체가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하기 때문이다. 금융혁신법에 따라 제도 개선 이후 인가를 받은 샌드박스 업체는 2년간 독점적 사업권을 인정받게 된다. 금융위는 해당 기간과 기점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발행-유통 분리 규제 수준에 이목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발행과 유통의 분리다. 그동안 신탁수익증권의 발행과 유통 분리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조각투자 업체들은 발행, 모집, 유통을 모두 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신이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증권을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동안에는 발행과 유통을 겸하는 데 법적 제약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자사 발행상품의 거래 중개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법 조항만 봤을 땐 특수관계가 없는 다른 회사가 발행한 조각투자 상품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컨대, 카사가 운영하는 유통 플랫폼에서 루센트블록이나 펀블이 발행한 상품의 거래를 중개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발행과 유통을 모두 준비하는 곳도 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발행인가와 함께 유통 인가 획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국이 '타사가 발행한 조각투자 상품의 유통을 허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위는 입법예고 단계에서 해당 규제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핵심은 이해상충이기 때문에 자기가 발행한 상품을 유통하지 않는 것만으로 이해상충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며 "예고기간 동안 조각투자업체나 금감원 등과의 상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법이나 감독규정에) 구현할지도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발행·유통 분리 규제가 더 강화될 여지가 남아있어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아직 발행과 유통 중에 노선이 확실히 정하지 않았고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도 "현재는 발행 인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준비 중이고, 유통 인가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특히 부동산 조각투자는 (수시로 거래를 하기보다는) 매월 배당을 받다가 매각 시 처분하는 방식이 많아 장외 2차 거래가 얼마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