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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공모리츠 전성시대 '활짝'

  • 2020.06.26(금) 09:57

정부 지원에다 배당·절세매력까지 갖춰
하반기 상장 줄이어…성장 가능성 충분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주택과 오피스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5~6%대의 배당 수익률로 투자 매력을 갖춘 데다 정부가 현실적인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 중 하나로 리츠 시장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대어급 리츠들의 상장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공모 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공모리츠 아직은 걸음마 단계

공모 리츠는 부동산을 주식처럼 만들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리츠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본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온 임대료를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간접투자 형태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구조는 부동산 펀드와 비슷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은 다르다.

리츠 업계에선 공모 리츠를 두고 흔히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여럿이 조금씩 돈을 모아 수백억,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빌딩을 산 뒤 그 빌딩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한 만큼 돌려받을 수 있으니 영 빈말은 아니다.

26일 NH투자증권과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리츠 시장은 지난 2001년 12월 교보메리츠퍼스트CR(기업구조조정)형 리츠 설립 이후 올해 5월 기준 운용 리츠 260개, 자산운용 규모 52조6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자산운용 규모는 연평균 28%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상장된 공모 리츠는 롯데리츠와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랩, NH프라임리츠, 에이리츠,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등 7개로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 자산운용 규모는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8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으로, 상장 리츠 시가총액이 GDP의 24%에 달하는 싱가포르는 물론 미국(6.8%)이나 일본(3.2%) 등과 비교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가 밀어줄게' 정부 지원에 활기…배당·절세매력 부각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공모 리츠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이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에 편승해 공모 리츠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시중 부동자금은 1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리츠의 사모 편중 현상을 막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츠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8년 12월 리츠 상장 심사기간 단축, 우선주 상장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투자회사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9월에는 후속 조치로 공모 리츠에 대한 우량 자산 공급과 세제 혜택 등을 골자로 한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과열을 막는데 골머리를 앓는 정부 입장에선 리츠 시장이 활성화되면 투기 세력 분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도 리츠 상품 다양화와 제도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리츠 시장 대비 국내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은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더 돋보이는 배당 매력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리츠 시장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야 한다.

현재 상장된 7개 리츠의 주가 기준 배당 수익률은 5~6%로, 연 0%대로 떨어진 정기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확연히 낫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시행으로 공모 리츠에 3년간 5000만 원 한도로 투자할 때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 6~24%로 누진과세되는데 리츠 투자 소득의 경우 이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 세율도 기존 14%보다 낮은 9%로 책정돼 투자자 입장에선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시중 은행 5% 예금과 배당수익률 5% 상장 리츠에 각각 3년간 매월 30만 원을 납입한다고 가정해봐도 리츠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며 "예금 상품은 이자과세 15.4%를 적용받아 이자소득이 45만 7754원에 그치지만 리츠의 경우 분리과세 등을 고려할 때 49만 1400원의 이자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줄 잇는 리츠 상장…10개 내외 대기 중

하반기에는 시장 확대의 호기를 맞은 리츠들의 상장도 잇따른다.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 상장이 가시화됐거나 준비 중인 리츠만도 10개 내외다.

올해 리츠 상장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얼마 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2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내달 상장에 앞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고무적인 것은 오피스나 상업시설에 편중됐던 리츠 자산군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첫 임대주택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코람코자산신탁과 켄달스퀘어 등이 주유소와 물류센터 등을 자산으로 한 리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는 시장의 다양성 확대와 더불어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유입 한계 지적에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

일각에선 리츠에 대해 부동산 직접 투자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자들의 유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하락 시 리츠가 자산군으로 삼은 부동산의 수익성이 함께 떨어져 배당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집값 급등세를 막지 못해 뭇매를 맞고 있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가라앉히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계속해서 시행할 것으로 보이고 이와 반대로 리츠를 키우기 위한 후속 조치들은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 리츠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먹거리 찾기에 바쁜 금융투자회사들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리츠 상품 발굴과 출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 리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며 "상장 리츠 다변화와 함께 투자 매력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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