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된다?'
저금리·저성장 고착화로 재테크 수단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투자처 중 하나가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입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나서는 대신 리츠 시장에 대해선 우호적인 자세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5~6%대에 달하는 쏠쏠한 배당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죠.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공모 리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공모(상장) 리츠는 부동산을 주식처럼 만들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리츠를 말합니다.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 또는 관련 자본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온 임대료를 투자자에게 배당하죠. 소액 투자로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자산운용사들도 리츠 펀드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화자산운용이 내놓은 '한화K리츠플러스펀드'와 대신자산운용이 지난 6월 출시한 '대신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는 각각 국내와 해외 공모 리츠를 핵심 투자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끕니다.
◇ 각각 국내·해외 리츠로 타깃 달라…'태동기 vs 성숙기' 투자
한화K리츠플러스펀드는 재간접리츠를 포함해 모든 국내 공모 리츠(K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자본시장법상 원칙적으로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재간접리츠를 담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 펀드는 자산배분형펀드로 인가를 받아 재간접리츠도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공모 리츠 수익률이 글로벌 리츠 대비 높은 것을 감안해 전체 비중의 60~70%를 국내 공모 리츠로 가져가고 나머지 30~40%는 글로벌 리츠와 국내·외 인프라, 채권에 투자하는 게 기본 운용 전략입니다. 국내 공모 리츠 숫자가 많아지면 해외 비중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더 늘린다는 게 한화운용 측 계획이죠.
반면 대신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 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리츠를 골라 재간접으로 편입해 운용합니다. 분산투자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진국 부동산 관련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도 일부 담습니다.
한화K리츠플러스펀드가 투자 타깃으로 설정한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공모 리츠 종목은 9개, 시가총액은 3조원 남짓입니다. 이들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거래액 기준으로 전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거대한 부동산 시장임을 고려하면 공모 리츠의 성장세는 아직 더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가 투자 무대로 삼은 해외 공모 리츠 시장은 이미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 조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체 시장 규모만 2조달러, 한화로 2260조원이 넘을 정도죠. 미국이 6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7.2%)과 호주(7%), 영국(4%), 싱가포르(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화K리츠플러스펀드는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의 미래 성장성에, 대신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는 해외 시장의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상품 전략을 짰다고 볼 수 있겠죠.
◇ 리츠 주가 부진 탈출 신호…시장상황·투자성향 맞춰 선택해야
한화운용은 사모 위주로 형성된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점차 공모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공모 리츠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과 공공자산 우선 공급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이런 흐름에 불을 붙였다는 판단이죠.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BOJ)이 앞장서 리츠를 매입하는 한편 풍부한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자국 공모 리츠 시장을 세계 2위 규모로 키워낸 사례가 있다는 점도 참고했습니다.
SK와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부동산 자산 유동화나 수익 사업을 목적으로 리츠 시장에 진출하고 롯데그룹과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 잔뼈가 굵은 회사들이 상장 리츠의 대형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국내 리츠 시장 성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올 들어 국내 공모 리츠들의 주가 흐름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해외 공모 리츠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대신운용은 코로나19 사태로 가격 조정을 받은 해외 공모 리츠들이 점차 회복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고 부동산 시장의 전형적인 펀더멘털 회복 속도가 주식 대비 느린 만큼 당분간 공모 리츠의 상승세는 지속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글로벌 리츠 지수 평균 배당률이 4%대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조정 속에서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전망은 한화운용의 국내 공모 리츠 시장에 대한 분석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 봉쇄, 신용 경색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모 리츠 주가가 부진했지만 상업용 부동산 경기 회복과 맞물려 임대료가 상승하고 배당 수익 매력이 부각하면서 반등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상이죠. 견조한 실물 부동산 가격과 달리 공모 리츠 주가가 다소 지지부진한 지금이 '자본 수익'을 거둬들일 적기라는 판단입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매력 부각과 배당 회복 가시화, 물가 상승률의 점진적 회복(리플레이션) 진입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리츠 주가의 상승 여력은 높다"면서 "리츠는 과거 경기 회복기에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해왔고 부동산을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만큼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해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모 리츠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으로 리츠 펀드 역시 바탕은 부동산 투자에 있습니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펀드가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공모 리츠들의 부동산 자산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리츠 펀드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국내와 해외 부동산 시장 상황과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