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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맞춤형 상품이다'…증권사, 마이데이터 놓고 '격돌'

  • 2020.09.23(수) 15:37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 발효 계기로 사업 구체화 잇달아
마이데이터 활용한 수익 모델 창출·종합 금융 플랫폼 기대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정된 마이데이터 사업 정식 인가에 앞서 밑그림을 그리고 관련 서비스 역량을 키우는가 하면 추후 마이데이터와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빅데이터·인공지능(AI)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이곳저곳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확인해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동의하면 증권사들은 금융기관에 산재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장기 수익원 마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증권사들에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는 훌륭한 미래 먹거리이자 황금알이 될 수 있는 만큼 마이데이터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나란히 빅데이터 및 AI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같은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했고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서비스 신고를 마친 바 있다. 

빅데이터 및 AI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 신고는 빅데이터 가공·분석을 통해 생성된 빅데이터 셋의 판매와 AI 솔루션·서비스의 공동개발 및 사업화, AI 알고리즘 제공 등의 업무를 벌이기 위한 절차다. 이들 증권사가 잇달아 부수업무 신고에 나선 것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 법률) 시행령 개정안 발효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구체적으로 진척시킬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효된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보 주체의 개인 정보 전송 요구권이 핵심이다. 개인이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통신사 등에 흩어진 자신의 신용정보를 본인 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에 전송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면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로 인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진행된 금융당국의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전신청에는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 등 총 63곳의 금융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17개 증권사가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초까지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40여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먼저 허가심사 절차를 진행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 뒤 신규 사업자에 대한 심사 절차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개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대형 증권사들을 필두로 이미 자사의 데이터 활용 서비스 역량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초 빅데이터 기술과 AI를 결합해 개인들의 니즈와 상황에 맞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 '엠커넥트(m.Connect)'를 내놨다. 회사가 보유한 고객들의 기초 데이터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성향과 선호 상품, 필요 서비스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결정하고 행동 패턴에 맞는 채널과 시간대에 이를 제공하는 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가 나면 그와 결합한 통합자산 분석과 맞춤형 결합 서비스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절세 컨설팅에 주목했다. 핀택스(Fin-Tax) 플랫폼 업체인 조이택스솔루션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세금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주식 거래와 관련한 개인 맞춤형 절세 컨설팅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주식양도소득세 자동계산과 예상액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절세 플랜을 짜주겠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18년 7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100억원을 출자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 자회사 '데이터애널리스틱랩'을 만들어 마이데이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초 핀테크업체 리치플래닛과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자산관리 핵심기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직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 카드 등 타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목마른 증권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여기고 힜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이미 준비 중인 맞춤형 상품·서비스 제공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승목 미래에셋대우 데이터랩 팀장은 "증권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통신, 헬스케어 등 타 분야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혁신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전개될 것"이라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는가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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