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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중국 왕개미에 발목 잡힌 카카오페이

  • 2021.01.14(목) 12:07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인가 사실상 불발
대주주 앤트파이낸셜 중국발 제재 영향
자산관리 서비스 등 중단위기…해법 필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관리업) 인가신청 때만 해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던 카카오페이가 암초를 만났습니다. 이달 말 본허가 심사를 앞두고 예비인가조차 받지 못해서입니다.

금융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페이가 올해 금융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인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은 '중국산 거대 개미' 앤트파이낸셜에 발목이 잡혔기 떄문입니다.

마이데이터 인가는 금융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라이선스로 꼽힙니다. 카카오페이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추구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카카오페이 마이데이터 예비인가 불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7개 사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2일 22개 기업에 대해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줬으니 총 28개사가 이달 말 본허가 심사 이후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됩니다.

허가를 받은 기업은 주요 시중은행, 카드사, 금융투자회사, 핀테크 기업 등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빅테크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가 포함됐지만 카카오페이는 빠졌습니다.

◇ 카카오페이는 왜? 

카카오페이의 발목을 잡은 것은 ‘대주주 적격성’입니다. 금융당국이 내건 마이데이터 인가조건에는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 능력을 갖추고 ▲재무상태가 건전하며 ▲법적 분쟁이 없어야 합니다. 관련 법안인 신용정보업 감독 규정에 명시돼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카카오가 지분 56.1%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나머지는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한곳인 알리바바의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이 43.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알리바바. 이름만 들으면 대주주적격성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 알리바바의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지난 10월로 돌려야 합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은 상하이 금융 서밋 행사에 참여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중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폭제가 됐죠.

당장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주식시장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는가 하면 지난달부터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연이은 제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리바바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반독점법 조사에 이어 앤트파이낸셜에 간편결제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용정보업 감독 규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인 앤트파이낸셜 상황을 점검해야 하게 된 것입니다. 앤트파이낸셜의 제재진행상황, 형사처벌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죠.

실제 금융위 역시 "외국 법인인 대주주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재여부에 대한 사실조회 중이며 이에 대한 증빙자료가 미흡해 예비허가를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심사에 필요한 서류 중 자사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이미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심사해야 하는 자료가 카카오페이도 앤트파이낸셜도 아닌 중국 당국이 보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서류가 최대한 빨리 도착하도록 협조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중국에서서 근무했던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당국으로부터 서류를 받는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측면이 있다"며 "특히 마윈과 관련된 알리바바, 앤트그룹 관련 제재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카오페이가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문제가 커진다 

카카오페이가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하면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공하던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마이데이터 삽업과 비슷하게 고객의 정보를 끌어와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었는데 다음달 5일부터는 이것이 허가제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증권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 금융사를 두고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가 선제적으로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발될 위기에 처한 셈이죠.

더 나아가서는 올해 주식시장 상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IPO는 올해 최대 IPO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마이데이터 진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많은 만큼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업무제휴, 서비스 일부 변경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직접 하는 것과 제휴해 제공하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가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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