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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금융격전지]③은행의 적수가 나타났다

  • 2021.01.15(금) 14:09

예금·대출 빼고 다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마이데이터와 시너지 높아 금융 근간 흔들것
시큰둥한 네이버·카카오…카드사는 '환영'

2021년 새해엔 금융권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는데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워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주요 격전지를 선정해 새해 금융권 지형 변화를 가늠해 보려한다. [편집자]

2021년 금융권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은 은행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간의 경쟁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란 카카오, 네이버 등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금융 규제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라이선스다. 사실상 은행에 버금가는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계좌발급과 외국환 업무, 후불결제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올해 무난히 도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카드사 등도 직접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하고 그간 제공하던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된다. 판매할 수 없는 것은 예금과 대출상품뿐이다.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예상 기업은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그리고 카드사 등이 꼽힌다.

◇ 은행 근간 흔드는 플레이어 

은행의 핵심 사업은 예적금 등 수신상품 판매와 대출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여수신 판매를 바탕으로 하는 이자이익이 점차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에 은행은 비이자 이익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계좌를 만들고 급여이체, 카드대금, 보험료 납부 등 계좌에 기반한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은행계좌 등과 연동해야하기 때문에 은행 등에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지만, 고객만 확보하면 더 이상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낸다는 얘기다.

특히나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함께 획득하는 경우 은행에 준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현재 노리고 있는 수수료 수익 확대의 핵심인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올해 도입될 종합지급결제업 면허까지 획득하게 된다면 계좌발급, 이체, 송금까지 가능해진다"며 "은행산업 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산업 지형이 일부 바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은행 판매채널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네이버‧카카오의 선택은?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한다면, 자회사인 네이버 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를 통해 획득할 개연성이 높다. 두 회사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표하는 금융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당 라이선스를 획득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카카오페이는 산하의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계좌를 발급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현재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페이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하다. 최근 있었던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종합지급결제업의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빅테크가 시큰둥한 까닭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도 별다른 무리없이 금융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이 두 회사에게 금융은 사실 메인이 아니다"라며 "굳이 규제의 틀 안에서 경쟁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회사의 경영방침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설득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예금이나 대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과 같은 지배구조는 불필요하다"며 "혁신과 경쟁이라는 취지에서 강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 성장동력 찾는 카드사엔 기회

간편결제 기업 등에게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던 카드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하, 간편결제의 성장 등에 비해 규제 벽에 가로막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며 "종합지급결제 사업자가 되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진다. 다만 아직은 해당 법안이 통과 전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여신협회장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카드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정부가 종합지급결제업에도 카드사의 진입을 허용한 바 있다"며 "우리 업계가 빅테크, 핀테크 보다도 더 혁신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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