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엔 금융권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는데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워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주요 격전지를 선정해 새해 금융권 지형 변화를 가늠해 보려한다. [편집자]
2021년에는 금융권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태동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주인공이다.
사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오랜 진통을 겪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8년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많은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산업 진출을 준비해왔지만 이를 위한 데이터 3법은 지난해 겨우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면서 기존 금융회사는 물론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마이데이터 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일궈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 마이데이터 산업은?
마이데이터란 '나의 금융정보'를 '내가'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전 개인의 계좌 거래 내역이나 신용카드 거래내역 등은 금융회사가 보유했지만, 이 권리가 개인에게 이관되는 것이다. 즉 개인은 자신의 금융정보 주체가 돼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인이 이러한 금융정보를 하나하나 관리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개인의 동의 아래 기업이 통합해 관리해 주는 것이 마이데이터 산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이 직접 제공한 정보 외에도 아니라 개인임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일부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가명 정보라 한다. 가명정보에는 나이, 성별, 소득액, 거주지역 등이 포함된다. 기업은 이러한 가명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거나 금융상품의 타깃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 29개사 이달말 본허가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산업의 필수요건인 데이터 3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이후 지난해 8월부터 마이데이터 산업 인가를 위해 준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총 37개 기업이 허가를 신청했고, 21개사가 예비허가를 인가받았다. 일부 허가요건이 미비해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은 8개 기업이 이를 마무리 하면 29개 사업자가 이달 말 본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참여자는 다양하다. 주요 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사, 핀테크 기업, 빅테크 기업 등 금융과 관련이 있는 대부분 업권의 주요 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산업에 도전한다.
◇ 은행이 할 수 있는 일
똑같은 마이데이터 산업 라이선스를 획득한다는 것은 동일 하지만 업권별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인 금융사 중에서 은행은 할 수 있는 일이 가장 많다는 평가다. 은행은 계열사로 금융투자회사(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을 두고 있어 가장 쉽고 편하게 고객의 금융정보를 얻어올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의 타깃을 고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전 '직장인 신용대출'은 직장인 전체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더라도 개인의 직장, 신용등급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와 금리의 차이가 컸다.
하지만 이제는 가명정보를 바탕으로 연령, 주거지역 등을 분석해 고객군의 대출 변제 능력을 세분화할 수 있게 되는 만큼 '20대 경기도민 직장인 신용대출', '30대 서울시민 직장인 신용대출' 등도 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자산관리 더 똑똑해진다
고객의 자산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할 수도 있다. 지금도 일부 은행은 고객의 동의 아래 계좌정보, 증권정보, 부동산 정보 등을 바탕으로 현재 자산, 지출 분석, 맞춤형 투자 상품 제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이데이터 산업 인가를 받고 나면 더 많은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자산관리의 질이 높아진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이후 은행의 할 일은 고객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이를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증권사 역시 맞춤형 신용카드나 맞춤형 펀드 상품 개발 등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핀테크 기업 등이 지향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금융상품 중개의 고도화와 '내 손안의 금융비서'다.
현재 토스, 카카오페이, 핀크 등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대출 상품과 적금 상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고객의 신용등급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고객의 금융정보를 직접 수집하면서 이를 더욱 세밀화 시킬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상품 중개 비율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서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대출상품뿐 아니라 예·적금, 보험 중개 등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는 고객의 금융정보가 손에 들어오는 만큼 자사의 플랫폼에서 은행 못지 않은 자산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현재 은행이 제공하는 모바일 뱅킹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 데이터가 필수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승부처는 데이터에 달려있다.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어떻게 가공해 낼 것이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표본이 적으면 서비스 자체의 고도화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그 이후 이를 어떻게 가공하고 풀어낼 것이냐갸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모기업인 지주회사 차원에서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세우고 데이터 가공을 고도화해 온 바 있다. 일부 금융사는 이를 위해 외부 IT전문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금융지주 디지털 임원들의 이력서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플랫폼의 자체의 경쟁력 향상이다.
플랫폼에서 자산을 쉽게 확인하고 목적에 맞게 금융상품을 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욱 많은 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플랫폼 경쟁력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다.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경쟁력은 높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고객도 더욱 많이 유입된다"며 "고객 확보와 플랫폼 경쟁력 향상은 유기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