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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상품까지 고난도 규제…운용업계 "뒤통수 맞았다"

  • 2021.05.24(월) 07:11

[불통! 금소법]
장내파생 고난도 규제는 본질 벗어나
금융위·금투협, 법 통과 전 소통 부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 대상에 장내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사모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물론 자산운용사들을 대표해야 할 금융투자협회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불만도 거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금융회사들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또는 '고난도 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을 판매할 때 판매·계약체결 전 과정을 녹취하고,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또는 고난도 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에는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파생상품,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 등이 속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장내파생, 고위험 맞지만 고난도는 아냐"

전문사모운용사들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 대상에 장외파생상품을 포함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장내파생상품까지 포함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규제의 원인이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공모펀드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상품을 원금을 보장하는 것처럼 불완전판매한 사례다. DLF 사태의 본질은 상품의 구조가 아니라 불완전판매에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장내파생펀드는 레버리지 등을 활용하는 특성상 '고위험'에 해당하는 건 맞지만 한국거래소를 통해 투명하고 안전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고난도'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장내파생상품은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이나 해외 파생상품시장(CME, EUREX, SGX, JPX)에서 거래되는 선물·옵션 등이다. 거래소를 끼지 않고 매수·매도자 간 합의에 의해 일대일로 거래가 일어나는 장외파생상품과는 달리 거래 안전성과 가격 투명성이 높다. 

국무회의 통과 때까지 업계는 몰랐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불통 문제도 지적한다. 실제로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올해 초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장내파생상품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자산운용사들이 오해할만한 소지도 충분하다. 2019년 말 금융위가 해외금리연계 DLF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보면 장내파생과 ETN 등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은 제외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아울러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상품과 기관투자자 간 거래도 고난도 금융상품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개선방안이 나온 후 금융투자협회가 주재한 자산운용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장내파생상품이 규제 대상에서 빠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올해 2월 장내파생까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자산운용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자산운용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장내파생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2019년 개선방안에선 투자자가 장내파생상품을 직접 매매하는 경우에만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으며, 장내파생 전체를 예외로 한다는 해석은 업계의 오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고사 위기…금투협 대처 아쉬워

자산운용사들은 금융위는 물론 업계 목소리를 대표해야 할 금융투자협회의 대처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소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장내파생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을 때에도 협회 차원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고,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당시에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나 해결책 마련 등에 대한 소통이 다소 부족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은 물론 소통까지 늦어지면서 업계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사모운용사 임원은 "자본시장법 개정 입법예고 이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업계와 금투협, 금융위 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면서 "자산운용업계는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토로했다.

또 다른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도 "장내파생은 레버리지가 동원된다는 측면에서 고위험 상품이긴 하지만 거래 과정이 투명한 만큼 고난도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전문사모운용사를 비롯한 여러 파생 전문 운용사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이번 규제로 운용업계에 여러 불편과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다만 협회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파생상품은 위험평가액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강도를 낮춘 측면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세부 적용 과정에서 업계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소통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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