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사모펀드 규제 '풍선효과'…신기사·창투사에 '뭉칫돈'

  • 2021.10.29(금) 06:05

[위험천만 사모펀드, 제2라운드]①
자본시장법에 금소법까지 이중규제
신기사·벤처투자 조합 약정액 폭증

사모펀드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된 가운데 최근 사모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향하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이 2개 조합이 사모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주의 환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보호장치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는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편집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모펀드 규제가 과거보다 훨씬 촘촘해졌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과 옵티머스 등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에 칼을 빼들고 나선 결과다. 

규제 강화를 명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본시장 내에선 규제 강화의 역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두텁게 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사모펀드와 유사한 투자 수단이지만 규제 허들이 낮은 사모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모펀드, 촘촘해진 투자자 보호

이번 달부터 대폭 강화된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됐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21일부터 사모펀드 투자자보호·체계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 및 하위법규 개정안'이 시행됐다. 사모펀드를 일반투자자 전용과 기관투자자 전용으로 분류하고 일반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가 각각 강화된 보호장치를 적용해야 한다.

운용사는 펀드 운용위험에 관한 사항을 자산운용보고서의 필수 기재사항으로 추가하고 환매 연기 시 수익자총회도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판매사와 수탁사는 이에 대한 감시 의무가 생겼다. 운용사의 펀드 운용 행위가 설명서에 부합하는지 '자산운용 보고서'를 통해 확인해야 하고 부적절한 운용행위를 발견하면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만일 운용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소법까지 '이중 보호'

여기에 올해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까지 받으면서 투자자 보호 체계는 더 탄탄해졌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생긴 투자자 보호장치와 더불어 금소법에 따른 투자자 보호까지 이중으로 적용받으면서 철벽 보호막 안에 들어간 셈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사모펀드 판매사는 판매 시 6대 판매원칙 규제를 받게 된다.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으로, 이를 위반 시 판매자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 금융사는 해당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신기사·벤처조합 인기 '풍선효과'

이처럼 최근 사모펀드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되면서 그 풍선효과로 사모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사모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은 중소·벤처기업의 비상장증권 등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한다. 투자 성공 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유동성 제약, 원금 손실 등 투자위험이 크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약정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2018년 말 7조2000억원 대비 62.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수도 459개에서 997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19년 이후 신기술사업투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개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를 통해 모집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출자자(LP) 3327명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2521명, 비율로는 75.8%에 달했다. 이들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일반투자자들이다. 

벤처투자조합도 증가세는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벤처투자조합 수는 1437개로 전년 말 978개 대비 4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약정금액은 6560억원에서 9679억원으로 48% 늘어났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사한 기능을 하며 규제가 낮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제 2의 라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의 자금 쏠림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최근 금감원에서 신기술사업자와 관련해 투자자 주의와 행정지도를 내놓긴 했지만 법적 테두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상적인 규제 작동에 있어 천지차이"라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