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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사 리스크 커지는데…뒷짐 진 금융위 "규제계획 없다"

  • 2021.11.18(목) 07:35

[위험천만 사모펀드, 제2라운드]④
당국 "규제 강화 시 시장 침체 가능성"
업계 "산업 육성에 혈안돼 형평성 잃어"

사모펀드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된 가운데 최근 사모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향하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이 2개 조합이 사모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주의 환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보호장치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는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편집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본시장 내에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규제 공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규제 마련 주체인 금융위원회는 규제 계획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신기술사업조합과 사모펀드는 그 성격과 설립 근거법이 다른데다 신기술사업조합에 대한 규제 강화 시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산업 육성에만 혈안이 돼 형평성 있는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을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라도 보호수준은 '천차만별'

최근 신기술사업조합에 대한 개인투자자 투자 규모는 급증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규제가 강화되며 신기술사업조합이 투자 대안처로 급부상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를 통해 모집한 신기술사업조합 출자자(LP, 3327명) 중 개인투자자는 2521명, 75.8%에 달했다. 이들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일반투자자들이다.

신기술사업조합을 찾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나자 금감원은 증권사가 신기술조합 출자 권유 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사모펀드 판매규제를 준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지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신기술사업자가 직접 모집할 경우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똑같은 개인(일반)투자자라도 신기술사업자를 통해 신기술사업조합에 투자할 경우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우려 커져도 금융위는 '요지부동'

정작 신기술사업조합 규제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는 요지부동이다. 앞서 감독당국인 금감원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신기술조합 투자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렇다 할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펀드와 여전법상 신기술사업조합은 성격 자체가 달라 규제 체계를 같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규제 일원화 시 신기술 사업이 사양될 수 있다는 견해다.

금융위 측은 "지난 2008년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당시 공모와 달리 사모는 각 개별법에 해당 펀드의 도입 취지를 감안해 규제 체계를 달리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며 "사모 신기술사업조합과 마찬가지로 사모 부동산투자회사, 사모 선박투자회사 모두 다른 법령과 규제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대규모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도 규제 강화가 필요치 않은 이유로 꼽고 있다. 신기술사업조합의 경우 사모펀드와 달리 주요 투자자가 기관투자자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는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컸다는 점이 1차적인 문제였고, 이후 증권사·운용사 등이 운영하다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규제가 강화된 것"이라며 "여전법상 사모 신기술사업조합은 사모펀드와 투자자 성격이 다른데다 현재까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선 행정지도를 통해 신기술사업조합에서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할 유인을 줄였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신기술사업조합은 대부분 증권사나 은행 창구가 아닌 신기술사업자의 직접 판매로 이뤄진다"며 "다만 최근 증권사 창구를 통한 판매가 늘어나며 일반투자자가 다수 유입된 점을 감안해 행정지도의 규제화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칠까"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위의 태도에 대해 날선 반응이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두고 산업 육성에만 급급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문 사모운용사들이 자본시장법상 규제 강화로 펀드 수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기술사업조합이나 벤처조합 등에 공동운용(Co-GP) 형태로 참가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모운용사가 사모펀드에 Co-GP 형태로 들어가면 결국 일반투자자가 신기술사업조합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일반투자자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증권사를 통한 투자 참여와 신기술사업자를 통한 투자 참여에 대해 규제 차별을 방치하는 금융위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신기술사업조합에서 현재 사고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도 금융위의 규제 차별을 놓고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상진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문사모운용사와 신기술사업조합은 분명 근거 법률을 달리하는 산업이지만 상당 부분에서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실제 시장에서는 전문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기술사업조합을 설립해 비즈니스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양자를 다르게 규제하면 결국 업권만 달리해 사모펀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같은 신기술사업조합 상품을 채널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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