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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사 위험 커지는데…금융당국, 땜질식 규제만 만지작

  • 2021.11.12(금) 06:10

[위험천만 사모펀드, 제2라운드]③
같은 상품 투자해도 보호 제각각
"감독 편의를 위한 땜질식 규제"

사모펀드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된 가운데 최근 사모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향하는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이 2개 조합이 사모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주의 환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보호장치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제2의 사모펀드 사태'는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편집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모펀드 고강도 규제 풍선효과로 개인투자자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투자가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땜질식 규제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일단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는 세웠지만 같은 신기술사업조합에 투자해도 어떤 방식을 이용해 투자에 나섰는지에 따라 투자자 보호 수준이 달라지거나 신기술사업자 규모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지는 등 규제 방식에 대한 일관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땜질식 규제로 인해 규제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난립하는 신기사에 금융당국 행정지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증권사가 사모 신기술사업조합 출자 권유 시 금융상품 판매업자로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투자상품 판매규제(금소법 제4장)를 준용하고 이에 필요한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지도가 시행된다.

신기술사업조합 투자가 급증하면서 금감원이 지난 9월 금융소비자 '주의' 경보와 함께 내놓은 보호장치 강화 계획의 후속 조치다. 

신기술사업조합은 중소·벤처기업의 비상장증권 등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사모펀드와 비슷한 '고위험-고수익'의 특성을 띤다. 사모펀드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신규 투자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기술사업조합 약정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2년 새 62.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기술조합 수도 459개에서 997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 안 통했다면 보호 불가

문제는 금감원의 이번 행정지도가 신기술사업조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간에도 보호 격차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행정지도 내용에 '증권사가 사모 신기술조합 출자 권유 시'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신기술사업조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가운데 증권사를 통해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만 보호한다는 얘기로, 신기술금융사를 통해 직접 투자에 나선 투자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일한 상품에 투자해도 투자자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조합이 유사한 기능을 하는데도 신기술조합으로 자금이 집중된 것은 규제가 달리 적용됐던 탓"이라며 "당국이 이를 확인하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규제 장치를 마련하면서도 동일한 상품에 대해 규제를 달리 적용한다면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훼손에 대한 부작용으로 규제가 낮은 신기술조합으로 자금이 쏠렸는데 후속 행정지도는 그 쏠림 현상을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됐다"며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정지도"라고 꼬집었다.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의 성격이 강해 행정지도 대상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

"신규 신기술조합은 개인투자자 받지 마라?"

금융당국이 신규 신기술사업조합의 개인투자자 모집을 봉쇄한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투자자 보호라는 본질에 맞추기보다는 감독 편의를 위한 땜질식 지도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인가 전의 신생 신기술금융사에 초기 투자조합 결성 시 개인이 아닌 기관 위주로 투자자를 모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신생 신기술금융사는 운용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생 사업자는 시작부터 기관과 법인 자금을 끌어오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이러한 방식의 규제는 신규 사업자의 성장을 차단해버리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기사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상황에 따른 행정지도나 권고 등의 땜질식 규제는 사업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뿐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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