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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자사주 마법'이 개미주주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 2021.12.29(수) 08:00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 의결권 사실상 부활
이후 지분 맞교환으로 총수일가는 지배력 확대

흔히들 자사주 마법이라고 부르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사주를 활용해 총수일가의 기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넓히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말인데요.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포스코를 두고 포스코가 과연 자사주 마법을 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다행히(?)도 포스코는 자사주 마법을 쓰지 않는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방식을 선택했어요. 

최근 포스코 관련해서 수면위로 떠오른 자사주 마법. 그런데 "이 자사주 마법이 개미주주인 나랑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생각하는 독자분들 계실텐데요. 그래서 이번 공시줍줍은 자사주 마법이 무엇인지, 개미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봤어요.

자사주란 무엇인가 

자사주는 자기주식의 줄임말이죠.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뜻해요. 회사가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주식이라고 해서 금고주(treasury stock)라고도 부르는데요. '내돈내산' 주식으로 이해하면 쉬워요. 

자사주는 흔히 주가 부양을 위해 회사가 매입을 해요.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줄고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올라가기 때문. 간혹 자기주식취득결정,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발견하면 "아,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뜻"이구나 라고 이해하면 돼요.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확실한 주가부양 역할을 해요. 또 자사주는 우호세력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지난 2015년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엔씨소프트는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넷마블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 자사주가 늘 긍정적 활용되는 것은 아니에요. 특정회사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종종 쓰이기 때문이죠.

자사주의 마법 

자사주를 활용해 마법을 부린다는 것은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쪼개는 분할을 할 때 해당하는 말인데요. 분할 중에서도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 마법이 등장해요. 

기업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뉘는데요. 인적분할은 A라는 회사를 A와 B로 쪼개면서 기존 A회사 주주들에게 A회사, B회사 지분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말해요. 물적분할은 A라는 회사를 A와 B로 쪼개는데 이때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100%(완전자회사)가지면서 A회사 주주들에게 B회사 지분을 나눠주지 않는 방식. 

앞서 말씀드린 포스코는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해 지주회사 전환을 한다고 발표했죠.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을 두고 자사주 마법을 쓰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왔던 건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13.3%의 자사주 때문이었는데요. 

그럼 이 자사주가 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에 논란이 많은 걸까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앤컴퍼니예요.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로 유명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죠. 원래는 한국타이어라는 이름의 회사였다가 2012년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와 타이어를 만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쪼개졌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상장회사가 둘로 쪼개지면 존속회사는 변경상장, 떨어져 나와 새로 만들어진 회사는 재상장을 한다고 하는데요. 한국앤컴퍼니는 이름만 바꿔 변경상장을 했고 타이어 사업부가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재상장을 한 것이죠. 

인적분할을 했으니 기존 한국타이어 주주들은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분할비율대로 나눠 받았어요. 당시 분할비율은 0.1860495:0.8139505(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문제는 기존 한국타이어가 가지고 있던 자사주. 당시 한국타이어는 700만주(총 발행주식수의 4.6%)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자사주는 존속회사인 한국앤컴퍼니가 가져요. 

이 때 자사주 4.6%에도 인적분할 비율에 따라 분할신주(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신주)가 발행되는데 이 역시 존속회사의 몫으로 남아요. 즉 한국앤컴퍼니는 자사주 4.6%에 추가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4.6%까지 확보하는 것이죠. 

왜 문제일까 

자사주 마법이 문제가 되는 건 없던 의결권이 사실상 부활하기 때문. 본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은 신주에는 의결권이 생겨요. 즉 4.6% 자사주로 배정받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신주(분할신주)에는 의결권이 있는 것이죠. 한국앤컴퍼니는 자연스럽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대한 의결권 있는 지분 4.6%를 확보한 것.  

이때 총수일가가 등장하는데요. 당시 한국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했어요.(참고로 2022년부터는 요건이 바뀌어서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30% 이상 확보해야 해요.) 

앞서 자사주 마법으로 한국앤컴퍼니가 확보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은 4.6%. 20%이상을 확보하려면 아직도 15.4%가 부족한 상황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앤컴퍼니는 총수일가를 활용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당시 총수일가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은 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 15.99%,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 7.1%,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5.79%를 보유 중이었는데요. 

총수일가가 들고 있는 지분을 한국앤컴퍼니가 사고 그 대가로 한국앤컴퍼니 신주를 발행해 총수일가에게 넘겨줌으로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확보한 것이죠. 이를 '현물출자 유상증자'라고 해요. 

당시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기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일반주주들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총수일가가 일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내놓았고 일반주주들 중 일부도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한국앤컴퍼니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은 기존 4.6%에서 25%로 늘었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을 한국앤컴퍼니에 넘긴 대가로 총수일가는 한국앤컴퍼니가 찍어낸 신주를 확보했는데요. 기존 조양래 회장,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각각 15.99%, 7.1%, 5.79%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 후 23.59%, 19.31%, 19.32%로 늘었어요. 총수일가는 가만히 앉아서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죠.

더욱이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얻은 주식은 실제로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아요. 조세특례법 제38조 2항 규정 덕분. 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하는 총수일가가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얻은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일은 거의 없죠. 따라서 세금도 내지 않고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비판이 나왔죠. 

조세특례법 제38조 2항은 2000년부터 매년 3년 단위로 시행을 연장해 왔지만 2019년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해요. 대신 한꺼번에 내야하는 부담을 줄이고 분할납부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죠. 다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2023년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따라서 양도소득세를 분할납부하는 방식은 당장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 

자사주 마법, 개선방안은 

자사주 마법은 한국타이어뿐만 아니라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지주회사 한진칼을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한 방식이에요. 이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확보하고 지주회사와 총수일가의 자회사 지분을 맞교환해 지배력을 넓히는 방식을 활용했어요.

얼핏 보면 개미주주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이슈인거 같지만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 이후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많아요. 

이론적으로 인적분할 전후 최대주주와 기타주주의 의결권 비중이 같아져야하는데, 자사주에 배정하는 분할신주는 사실상 최대주주의 지배를 받는 지분이어서, 분할 전과 분할 후 최대주주와 기타주주간 의결권 비중이 달라지는 것이죠. 

따라서 회사가 가진 자사주는 총수일가 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주주 모두의 재산인데 자사주가 개인적 이익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

이러한 논란을 없애고 주주평등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자사주 마법을 차단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있는데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존속회사가 인적분할때 받는 자회사 분할신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어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을 갖추는데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은 인정해선 안된다는 얘기죠.

한국타이어 사례에 대입해보면 한국앤컴퍼니가 받은 4.6%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사실 자사주 마법을 금지하는 법안은 역대 국회에서 꾸준히 올라왔지만 한 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적이 없어요. 21대 국회에서 올라온 법안 역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 법안이 통과할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국회를 통과하면 지주회사 전환을 꾀하는 국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통해 의결권을 더 많이 확보하는 행위가 어려워지겠죠.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얻은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이를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2022년부터 적용한다고 알려드렸는데요. 지난 2일 국회에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현행방식이 2년(2023년 까지)더 늘었다는 점을 추가 반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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