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 주식시장을 핫(HOT)하게 물들인 곳, 바로 오스템임플란트죠. 연일 새로운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1월 5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지난 5일 오스템임플란트에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이라는 제목의 공시 하나가 떴어요. 이 공시의 제출인은 최규옥 회장.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때 제출하는 공시인데요.
1월 5일 공시내용은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13개 금융회사 가운데 한 곳인 대신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의 계약기간을 연장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
눈에 띄는 점은 최 회장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총 15건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 담보로 잡힌 주식 수는 총 175만8708주로 최 회장의 총 보유주식수(294만3718주)의 59.8%에 달해요.
15건의 담보대출로 최 회장이 빌린 돈은 1100억원인데요. 그런데 회장이 빌린 돈과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안타깝게도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볼게요.
주식담보대출이 뭐야?
주식담보대출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증권사나 은행에 주식을 맡기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집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처럼 주식을 담보로 잡는 것이죠.
주식 등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대신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증권금융이나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
주식담보대출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자가 있는데요. 증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한국증권금융은 3.25%~4.34% 정도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고요. 일반적인 증권사는 적게는 5%에서 많게는 9% 이상까지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어요. 은행에서 빌리는 돈보다 이자율이 훨씬 세다는 게 특징이죠.
대출한도나 대출기간도 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도와 보유주식 등에 따라 달라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담보로 잡는 주식이 우량주일수록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많게끔 설정하고 있어요. 집값이 높을수록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
주식담보대출의 핵심은 '담보유지비율'
주식담보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담보로 잡은 주식이 얼마나 건전하냐에 달려 있는데요. 담보 주식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바로 '담보유지비율'이에요.
담보유지비율은 돈을 빌려주는 증권사에서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나중에 주식가치가 하락한다면 증권사가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따라서 주식가치를 대출금의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정해진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손해를 메울 수 있도록 담보유지비율을 적용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투자자가 1주에 1만원인 주식 1000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 주식을 담보로 600만원을 증권사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해 봐요. 이때 계좌 평가금액은 1000만원(1만원×1000주)이죠. 증권사는 보통 담보유지비율을 140% 안팎으로 정도로 설정하는데요. 계좌평가금액이 1000만원일 때 담보평가비율은 167%((계좌평가금액(1000만원)÷대출금액(600만원))×100=167%)이죠.
이후 1주당 주식가격이 1만원에서 6500원으로 떨어져 버렸어요. 이렇게 되면 계좌평가금액은 650만원으로 줄어요. 당연히 담보평가비율도 140% 아래인 108%로 떨어져요((계좌평가금액(650만원)÷대출금액(600만원))×100=108%).
이처럼 담보인정비율(140%) 밑으로 담보평가비율(108%)이 떨어지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부족한 담보금액을 납부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만약 부족한 금액을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반대매매에 들어가요.
주식반대매매는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앞서 설명한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담보평가비율이 내려가고 투자자가 부족한 금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이죠. 즉 빚 못 갚으면 담보로 잡힌 물건에 빨간딱지가 붙는 것과 같은 이치죠.
최 회장의 담보대출 '빨간불'
최규옥 회장은 13곳의 금융회사로부터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주식을 담보로 총 15건의 대출을 받은 상황. 그런데 담보로 잡힌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이 횡령‧배임 사건으로 거래정지가 되면서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에요.
담보평가비율을 적용해 최 회장의 15건 대출현황을 분석하면 횡령사건으로 인한 거래정지 직전 주가 기준으로도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담보평가비율이 내려간 대출이 총 4건이에요. SK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주식담보대출은 담보평가비율이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졌고 채무자인 최 회장은 부족금액을 증권사에 납부해야 해요.
나머지 대출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요. 한국증권금융은 다른 증권사와 달리 주식평가금액을 계산할 때 우량주 여부에 따라 주식종목별로 등급을 매기고 이를 주식평가금액에 반영하기 때문에 담보 잡은 주식수×당일종가로 계산한 금액보다 주식평가금액이 낮아질 수 있어요. 주식평가금액이 낮아지면 담보평가비율도 내려갈 수밖에 없죠.
더 큰 문제는 지난 4일부터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를 거래소대용가를 '0'으로 정해놓은 상황.
거래소대용가는 현금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거래소가 지정한 주식의 가격인데요. 거래소대용가는 1 또는 0으로 나뉘는데 값이 1이면 해당 종목의 종가나 최근일 종가를 기준가격으로 삼고요. 값이 0이면 주식가격을 0원, 즉 없는 것으로 봐요. 거래소대용가가 0인 종목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죠.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거래소대용가가 0이기 때문에 증권사는 담보로 잡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에 값을 매길 수가 없어요. 이는 담보평가비율도 계산을 할 수가 없다는 뜻. 결국 최 회장은 대출액 전액을 만기 전까지 바로 상환해야 하는 것이죠.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대용가가 0이면 담보평가비율도 계산할 수가 없다"며 "이 경우 만기가 오기 전까지 채무자는 현금상환을 해야 하고 만약 하지 못할 시 계좌에 있는 현금을 증권사가 바로 인출해 간다"고 설명했어요.
반대매매 가능성은?
담보유지비율보다 담보평가비율이 낮으면 채무자는 부족한 금액을 증권사에 납부해야하고 만약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에 들어갈 수 있는데요.
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정지 종목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팔수 없어요. 따라서 증권사도 최 회장 담보 주식을 반대매매를 통해 처분할 수 없는 상황. 다만 증권사도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 대출금을 만기 전까지 현금으로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10일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금액이 기존 1880억원에서 2215억원으로 더 늘어났다는 정정공시를 올렸어요. 따라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만큼 거래정지 기간도 늘어나겠죠.
다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문제를 잘 해결해 나중에 상장유지 판정을 받으면 거래가 다시 열릴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번 횡령‧배임 사건으로 인한 여파로 거래재개 이후에도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죠. 이때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최 회장 담보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를 진행할 수 있어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만약 오스템임플란트가 개선기간을 부여 받고 약 1년 뒤에 상장유지판정을 받아 거래 정지가 풀린더라도, 오랫동안 묶여있던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 지분은 상당수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의 물량이 빠지면 절대적으로 수급에 불리하고, 주가하락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어요.
꾸준히 주식담보대출 받아온 최 회장
사실 기업 경영자가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이유는 상속 증여세와 같은 세금 납부를 위한 목적이 많아요.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의 총수일가들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있죠.
하지만 최규옥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경영권 승계 등의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물론 최 회장의 보유주식은 개인자산이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든 주인 마음이죠. 또 최 회장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고요. 다만 회사 설립자이고 20.61%의 지분율을 가진 최대주주로써 여전히 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사실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역사가 아주 길어요. 2007년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 전에도 150억원, 9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이 있었고요. 상장 후인 2010년에는 보유주식 1주만을 남겨두고 354만3717주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했어요. 이후로도 꾸준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온 점이 최 회장이 그동안 공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드러나요.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APS홀딩스(지분율 7.22%) 주식을 매입하고 한스바이오메드(지분율 1.6%)에 투자한 사실이 공시를 통해 드러나면서 주식담보대출 자금 가운데 일부가 다른 회사 주식 투자에 쓰였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