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 환원에 나서면서 '약발'이 먹힐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증권주가 최근 미국이 쏜 긴축 신호탄에 동반 조정을 받으며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21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380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3393억원으로 2020년(1965억원)의 1.7배 수준이자 사상 최대다. 시가배당률 역시 7.7%로 역대 최대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보통주 300원, 1우선주 330원, 2우선주 300원 등의 현금배당을 하고, 1740억원 상당의 자사주 2000만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친 주주환원 규모는 모두 3622억원으로 지난해 8월 공언한 주주환원 성향 30% 이상을 넘는 금액이다.
중형 증권사 가운데서는 교보증권이 차등배당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 교보증권 이사회는 소액주주는 주당 500원(시가배당률 5.7%), 최대주주는 주당 100원(시가배당률 1.1%)을 차등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배당금 총액은 소액주주 기준 128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 주당 60원의 배당을 시행한다. 배당금 총액은 38억원이다.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카드를 꺼내든 증권사도 보인다. 지난달 3년 만에 자사주 50만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키움증권을 비롯해 △KTB투자증권 △신영증권 △SK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금리 인상국면에 조정장까지 맞물리며 증권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KRX 증권지수는 746.16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들어서만 4.62% 급락했다. 이 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14개 증권사로 구성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17%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지만, 증권사별로는 그 이상으로 주가가 빠진 곳은 물론 20%이상 폭락한 곳도 있다.
지난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폭등했던 한화투자증권이 올해 들어서만 23.78% 급락한 데 이어 대신증권(-9.91%)과 키움증권(-9.43%)이 조정장 여파에 미끄러졌다.
금리 상승은 증시 거래대금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증권사 실적에는 부정적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유동성이 감소한 가운데 투자심리까지 악화되면서 증권주는 모멘텀 약화 구간에 진입했다"면서도 "그러나 배당수익률을 기반으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증권사들의 자본정책은 증권주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제 주주 환원과 관련한 현금 흐름이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주주 친화적으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업의 주가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들 증권사의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일회성에 그치면 주가 부양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키움증권이 2019년 6월 자사주 50만주(406억원)를 매입하며 '반짝' 상승했지만, 당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 수출 규제 등에 주가는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유안타증권도 같은 해 8월 20거래일 연속 최대주주가 지분을 사들이며 주가를 6% 가까이 띄웠지만, 이후 매입을 멈추자 그 이전보다도 주가가 낮아진 바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도 나타났던 것처럼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이후에는 수급상의 이유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속성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