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종합소득세 시즌을 맞아 주식 커뮤니티에는 양도소득세 납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해외주식 매매로 250만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의 경우 양도세를 직접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 대행 서비스를 찾은 초보 서학개미도 전년 대비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벌어들인 돈으로 재투자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스텝이 꼬였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증시 폭락으로 수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손절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세금 신고 대행 서비스 2배 증가
3일 비즈니스워치가 올해 국내 대형 증권사 8곳(1분기 말 자기자본 1조9000억원 이상·미래에셋증권 제외)에 접수된 해외 양도세 신고 대행 서비스 신청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청건수는 총 15만8144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신청건수 7만9316건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 매매를 통해 얻은 이익이 250만원이 넘는 경우 납부해야 한다. 현재는 해외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만 신고 및 납세 의무를 갖는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 주주들은 대상이 아니지만, 특정회사의 지분율이 1%(코스닥은 2%)을 넘게 갖고있거나 보유금액이 10억원 이상이면 양도세를 내야한다.
예를 들어 주식을 매도해 500만원을 벌었다면 공제 금액인 250만원을 제외한 250만원의 22%인 5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납부금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세액의 절반을 2개월간 나눠 낼 수 있다.
투자자들은 배당소득과는 달리 양도소득을 국세청에 직접 신고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한 탓에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세금 신고 대행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세무법인에 위임하거나 내부 소속 세무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주식 거래 투자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에 해외주식 상승으로 양도세 납부 고객이 많이 늘어나면서 신고 대행 서비스 인기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서학개미는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거래대금(매도+매수) 3984억달러로 집계됐다. 양도세를 내야하는 투자자도 부쩍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양도세 확정신고 안내 대상은 올해 6만4000명으로 전년 5만5000명 보다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하락장에 손절 고민하는 서학개미들
하지만 작년에 낸 수익으로 다시 해외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발 긴축 압박으로 글로벌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 성과가 좋지 않은 탓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넷째주 기준 해외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9.67%다. 결제대금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북미는 –16.79%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양도세 지연납부를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반토막 난 주식을 손절하고 세금을 납부하느니 반등하고 나서 내는게 더 이익이 아닌지 고민된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전문가들은 기간내 제때 신고, 납부 진행 절차를 밟을 것으로 권고한다. 만일 5월에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면 미납세액에 대해 추가 과세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해외주식 거래량은 대폭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5월 결제금액은 14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결제액 1786억달러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효선 삼성증권 해외주식팀장은 "거래 문의가 이전에 비해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국내외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이 무서운거구나' 하면서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주들의 주가가 너무 빠진 탓에 손절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고액자산가들은 지금을 매수 타이밍으로 보는 경우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