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올해 들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다 단기 반등을 시도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제 막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움직임이라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월가의 증시 전문가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약세장 중간에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잇는 '베어 마켓 랠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주가 지수 수준이 더욱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현 시점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관망하는 자세가 현명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뉴욕 증시, 폭락세 이후 깜짝 반등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6월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3% 오른 3만3248.28포인트에 거래를 종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상승한 4176.82포인트에 장을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9% 반등하며 1만2316.90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게 이번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민간 고용이 예상치를 하회하고 마이크소프트가 환율 영향으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면서도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위험선호 심리를 회복하며 상승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5월 민간 부문 신규 고용 건수는 1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달 20만2000명, 전망치 30만명을 밑도는 수치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진한 고용 지표가 역설적으로 시장의 상승 동력이 됐지만 연준은 일각에서 제기된 9월 금리인상 중단론을 일축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한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지금으로서는 금리인상을 쉬어가야 한다는 근거를 찾기 매우 어렵다"며 "물가상승률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등은 착시현상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지난 달 하순을 기점으로 나란히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하락 분을 만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등에 시동을 건 셈이다. 다만, 월가에서는 최근 지수 움직임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하락장 속에서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베어 마켓 랠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에 따르면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S&P500 지수가 오는 8월 중순이면 3400포인트 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현 지수 수준에서 18% 가량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연준이 허용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비해 현재 수준은 지나치게 높다"며 "투자자들이 바라는데로 주가 하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1929년 발생한 베어 마켓 랠리 가운데 65% 가량이 10% 또는 그 이상의 반등세를 경험했지만 이와 같은 단기 반등세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고통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트는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 주식 투자가 건설적일 수 있지만 그 앞에 더 큰 변동성이 놓여 있다"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강력한 실적 성장세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방어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우량주들을 소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