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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화답한 은행주…해묵은 저평가 탈출할까 

  • 2023.02.13(월) 11:28

7개 은행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요구 대부분 화답
역대급 실적에 성과잔치, 이자장사 비판 희석 배경도
금융당국선 "취약차주 우려" 불편한 시각 내비치기도 

연초부터 7개 은행지주를 상대로 대대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며 금융권을 술렁이게 한 행동주의펀드의 행보가 예상보다 빠르게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은행지주들이 지난해 결산실적 발표를 통해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한 수준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은행지주 주주환원 정책 요구에 잇따라 화답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 이창환 대표는 지난 1월 9일 "국내 은행주(금융지주)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배로 파산 직전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극심한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 유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건전성 기준을 확보하되, 대출자산(위험가중자산, RWA) 등의 과도한 성장률을 낮춰 이를 주주배당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얼라인은 지난달 2일 금융지주 7곳(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 DGB금융)에 이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고 2월 9일까지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했었다.

은행들은 얼라인이 요구한 이사회 결의나 공정공시 형태의 발표는 아니지만, 지난해 실적발표를 통해 이에 화답했다. KB금융은 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대해 주주환원을 발표했고 위험가중자산 성장률도 얼라인이 요구한 명목GDP 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한 33%로 의결했고, 극심한 저평가를 이유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의지도 밝혔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자기자본 중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비율이다. 실질적인 리스크를 반영한 위험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해보는 지표다. 

위험가중자산이 줄거나 보통주자본이 늘면 수치가 커지는데 금융당국은 10.5%를 규제수준으로 두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추가로 인수합병(M&A) 등에 필요한 자금을 포함해 2.5%포인트 높은 13%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도 그대로 쥐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자본을 배당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주주환원 요구사항 및 금융지주별 발표 내용/그래픽=비즈워치

신한지주는 얼라인의 요구보다 더 많은 CET1 12% 이상의 자본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등 위험자산을 늘리는 것도 명목GDP 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5년간 국내 은행의 연평균 RWA 성장률은 8.3%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2.9%)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해왔다. 같은 기간 해외은행(3.1%)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RWA를 명목GDP 수준으로 낮출 경우 충분한 주주환원이 가능하고 늘어나는 국가 부채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게 얼라인의 주장이다. 

대출성장을 줄이는 자본재배치를 통해 주주환원 확대 요구/자료=얼라인파트너스

하나금융은 외환자산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CET1 13.5% 초과 자본을 전액 주주환원하고 13~13.5% 수준에서는 전년 대비 증가분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명확히 설정해 밝히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CET1 12% 조기조달을 목표로 세웠다. 12%까지는 주주환원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12% 초과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지주도 CET1 13%를 목표로 하고 12% 초과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밝혔다. BNK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을 50% 확대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1분기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얼라인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얼라인은 자신들이 2대 주주로 있는 JB금융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향후 3년간 7~8%대로 유지하고 CE1 13% 목표도 현재 상황과 괴리가 커 주주환원 정책 실현이 모호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얼라인은 JB금융의 주당 결산배당금을 715원에서 900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조만간 2차 공개주주 서한도 발표할 예정이다. 

해묵은 과제 '저평가 은행주' 해소되나 

이처럼 은행지주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보이자 국내 주식시장의 해묵은 과제인 은행주 저평가 문제의 해소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 은행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 자산건전성,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갖췄음에도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극심한 저평가를 받아왔다. 낮은 주주환원율과 관치 등이 은행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얼라인이 처음 주주제안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은행주 저평가 문제는 풀기 어려운 해묵은 과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모습이다. 

실제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대거 국내 은행지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6일 블랙록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5.07%를 신규매수 했다고 공시했고, 더캐피탈그룹도 같은 날 JB금융지주 5.11%을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중장기적으로 은행주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매수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은행지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결정의 배경이 최근 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희석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지적도 나온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마진으로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이자부담이 극심한 국민들을 상대로 본인 배만 불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당초 은행의 주주환원이나 배당에 신경 쓰지 않겠다던 입장을 선회해 다시 고삐 죄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애널리스트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며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6일 업무추진 방향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서도 "은행이 단순히 주주환원에만 집중한다면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과 지원 여력이 약화돼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금융지주를 겨냥해 배당보다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주문했으며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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