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방안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에서 무난히 주주의결을 거칠 가능성이 높지만 관건은 정부다. 금융당국은 우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대비를 이유로 은행들에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주주환원율 개선 집중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18조815억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 뿐 아니라 고질적으로 저평가받는 주가 부양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우선 주요 금융지주들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주환원율은 순이익에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주주환원과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활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은 33%로 전년보다 7%포인트 개선됐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정했다.
신한금융도 주주환원율 30%에 도달했다. 결산 배당을 포함해 연간 주당 2065원을 배당했고, 이 회사 역시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을 기존 매결산기말 현재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혹은 등록된 질권자)에서 '이사회 결의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 2주 전에 공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익배당과 관련된 정관 변경 안도 주총에서 의결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주주배당 정책을 공개한 이후에도 주식을 매입해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주에게 배당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주주환원정책중 하나다.
하나금융은 주주환원율 27%, 연내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주주환원율 26%를 달성했다. 우리금융 역시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율 30% 수준을 매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분기배당 도입도 계획을 밝히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부양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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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흡수능력 강화하라는데…배당에 영향줄까
금융지주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정책 행보에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은행들에게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예상손실 전망 모형 점검체계 구축 등을 위해 은행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금융당국 '돈 더 쌓아라' 요구권 도입…은행들 '한숨'(1월26일)
최근 금융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6개 주요 과제 중에도 '손실흡수능력 제고'가 포함됐다. 이를 위해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과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제도개선 TF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완훤정책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해 지난해 4분기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금융당국 요구에 충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꾸준히 언급하는 만큼 배당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해당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