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안건 특별결의 최소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식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부결됐습니다."
24일 오전 열린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막바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노동조합이 주총에 주주 자격으로 제시한 두 안건에 대한 사전 의결, 그리고 제안취지 발언 뒤였다. 사외이사 추천 등의 노조 안건이 6년째인 올해도 통과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이 회사 주총에서 제8호 안건(정관 일부개정의 건)과 제9호 안건(임경종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찬성률은 출석주식수 대비로는 각 6%, 7%대에 불과했다. 이사회가 올린 나머지 1~7호 안건은 모두 90%대 찬성률로 통과됐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올해가 6번째였지만 무산됐다. 이 회사 노조는 2017년부터 노조나 우리사주조합 추천 방식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내왔다. ▷관련기사: KB금융, 노조추천 사외이사 불발 불구 '달라진 분위기'(22년 3월25일)
올해는 지난달 30일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며 부진한 해외사업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올해는 노조 색깔을 덜고 전문성을 더한 것이 눈에 띄었다. 작년 추천한 김 전 부행장은 수출입은행 재직시절 노조위원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반면 올해 추천한 임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는 KB금융이 고전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력이 돋보인다.
김정 KB금융 노조협의회 의장은 주주제안 취지 발언을 통해 "해외 자회사중 가장 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2018년 최초 지분투자 이후 자본 2조원 이상이 투자됐지만 순손실이 누적 1조원이 넘었다"며 "이사회에 해외투자 전문가가 있었다면 큰 손실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해외 특히 인도네시아에 전문성, 독립성 가진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윤 회장은 "인수 당시 코로나19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그로 인해 부실이 확대되고 영업 정상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화까지 5년 정도 걸릴 걸 예상하고 장기적으로 부코핀은행이 좋은 투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주주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노조 주주제안에 쓴 소리도 날렸다. 그는 "저희가 5~6년째 같은 결의를 하고 있다"며 "제안한 주주는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 증진을 위해서라지만 지금까지 찬성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우리가 각자의 입장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혹시 개인이나 조직 논리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부결된 노조 주주제안 8호 정관 변경 안건은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가올 경영진 교체 시기를 염두에 두고 '관치금융', '낙하산' 논란을 막기 위한 취지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이사회가 추천한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명의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등 총 3명의 사외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이사퇴직금규정 제정 승인,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도 원안대로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