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한 보험사의 다이렉트(온라인) 채널을 통해 할머니 댁의 주택화재보험을 대신 가입하려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만성질환이 있거나 만 65세 이상인 고객은 화재보험이 아닌 유병자 건강보험에 가입하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습니다. 불이 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집인데, 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온라인 가입을 거절당해야 했을까요? 다른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연령 기준이 맞는 곳을 찾아 가입을 마쳤지만, A씨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주계약에 숨은 비밀?
보험업계에서는 고령층의 가입이 막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상품의 뼈대가 되는 '기본계약(주계약)'의 구조를 꼽습니다. 흔히 주택화재보험이라고 하면 집의 물리적 피해만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다수 상품은 '상해사망후유장해' 같은 사람의 신체 사고를 보장하는 담보를 주계약(필수 가입 항목)으로 설정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불을 끄다가 다치는 등 상해 위험까지 함께 보장하려는 목적입니다.
문제는 이 상해 담보들이 나이대에 따라 사고 발생 확률(위험률)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시중 대형 보험사들의 다이렉트 주택화재보험 가입 연령 제한을 살펴보면 A사는 만 69세, B사는 만 79세, C사는 84세까지만 가입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딱 해당 나이까지만의 위험도를 모아서 보험료를 계산해 상품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 이상은 위험 통계가 달라지니 제외한 거고요
여기에 주택화재보험에는 단순히 건물 피해뿐만 아니라 이웃집에 피해를 줬을 때 보상하는 배상책임담보같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보장 성격의 특약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담보들 역시 나이대에 따라 사고 발생 확률 차이가 매우 큽니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부주의로 인한 사고 확률과 사고 발생 시 손해를 키우는 신체적 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고령층의 경우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면서 가스 불이나 인덕션, 전열기구를 켜둔 것을 깜빡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또 시각·청각·후각 등 감각이 무뎌져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계사 없이 가입, 분쟁 방지하려면…
또 다른 이유는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가입하는 다이렉트 채널의 특성 때문입니다.
대면 채널의 경우 설계사가 고령의 고객에게 약관을 직접 설명하고 인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다이렉트 채널은 오직 모니터 화면과 스마트폰 인증만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설계사라는 필터가 없다 보니 고령층 고객이 상품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렉트 채널은 추후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했다'는 식의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온라인 채널에서만큼은 고령층 가입 기준을 오프라인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해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모님 집 대신 가입했다가 낭패 볼 수도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 대개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자동으로 일치시키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만약 자녀가 따로 살면서 부모님 명의의 주택에 대신 화재보험을 들어드릴 때는 화면에 피보험자 지정 칸이 없다고 해서 그대로 가입했다간 추후 보상 거절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콜센터나 상담원을 통해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명확히 분리해 가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이렉트 채널의 편리함만 믿고 부모님 댁 주소에 내 이름을 넣어 덜컥 가입했다가는 소중한 보험료만 날리고 막상 사고가 났을 때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모님을 위한 주택화재보험을 고민 중이라면 가입 전 반드시 소유 구조와 거주 형태를 따져보고 화면상으로 설정이 애매하다면 주저 없이 고객센터 전화기를 드는 것이 내 집과 부모님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