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또 다시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 1년간 주가가 가파르게 급등한데다가 전기차 수요를 이끌고 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더뎌지고 있는 탓이다.
유진투자증권은 19일 국내외 배터리 셀 상위 10개사(A그룹)와 셀 제외 배터리 관련 국내 시총 상위 8개 업체(B그룹)의 주가를 비교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A그룹에는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삼성SDI, EVE, SK이노베이션, 궈산, 선우다, CALB을 포함했다. B그룹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코스모신소재, 엘앤에프, 금양, 엔캠 등이 대상이다.
분석 결과 2023년 매출을 기준으로 A그룹의 주가매출비율(PSR)은 평균 1.1배에 불과한 반면 B그룹의 PSR은 평균 9.9배에 달했다. PSR은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이 수치가 낮으면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해 셀업체의 주가가 부진한 반면, 양극재를 시작으로 전해액 등 2차전지 소재·부품 주의 가격이 비이상적인 급등세를 보인 탓이다. 지난 1년간 셀 상위 10 개 업체들이 평균 29% 하락하는 동안 한국 시총 상위 8개 업체들은 평균 144% 급등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총 상위 8개 업체의 현재 가치는 중국, 유럽, 일본업체들과의 경쟁과 상관 없이 성장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엄밀히 얘기하면 이 조건이 지켜진다 해도 현재 가치는 고평가 상태다. 버블이라는 말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환경규제인 유로7의 도입을 5년 늦추기로 한데 이어, 오는 2035년 시행하기로 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치도 이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당초 미국은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조 바이든 정부는 현 임기 내 미국자동차노조(UAW) 완성차업체들과 협의해 연비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속도가 늦춰질 전망이다. 지연안이 확정될 경우 2030년까지 전기차 시장 성장 추정치는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셀 제외 배터리 시총 상위업체들의 주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병화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들에 대한 중장기 투자는 유효하다"면서도 "한국의 셀 제외한 배터리 시총 상위업체들의 주가는 중장기 투자라는 위안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황의 반등 시 밸류에이션이 낮은 업체들은 주가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반면, 셀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 1년간 반대로 급등한 한국의 일부 업체들은 주가 하락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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