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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로봇 vs 인간 컬링대결 승자는…

  • 2018.03.08(목) 17:01

세계 최초 AI로봇과 인간 컬링 경기

 

[이천=김동훈 기자] 8일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컬링센터. 타조처럼 생긴 인공지능(AI) 로봇이 2m에 달하는 긴 목을 쭉 빼더니 멀리 있는 스톤들을 쓱 바라본다. 다시 목을 몸통에 집어넣고, '드르릉' 소리를 내며 질주. 스톤을 툭 내려놓았다.

 

대한민국 컬링 여자 대표팀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덕에 '영미 영미'라는 유행어까지 만든 스포츠 컬링. 국내 연구진이 컬링 경기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을 개발해 인간과의 대결에 나섰다.

◇ 인간·로봇 첫 컬링 대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이천 훈련원 컬링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과 인공지능 컬링 로봇 '컬리'(Curly)가 대결하는 인공지능 컬링로봇 경기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는 인공지능 컬링로봇 강원 고등부팀(춘천기계공고)이 2엔드 경기로 진행됐다. 춘천 기계공고 팀은 최근 열린 전국대회에서 고교부 우승을 했다. 

 

컬리가 등장해 목을 쭉 빼고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스톤의 배치를 파악하자 경기장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윽고 경기장 한켠에 마련된 컴퓨터 화면에 컬리가 판단한 데이터가 떴다. '목표 좌표 2.04, 8.36', '투구 방향 91.72', '투구 속도 2.15m/s'.

 

세 개의 바퀴가 '드르릉' 작은 소리를 내면서 컬리는 출발했다. 컬리의 손을 떠난 스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 들어갔다. 스톤은 목표점에 정확히 안착했다. 관람하던 사람들은 "너무 정확하다"며 웃었다. 컬리는 이후에도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경기에 임했다.

 

 

반면 춘천 기계공고 팀은 "얍! 얍!" 소리를 내면서 빙판을 스위핑했고, 경기가 막판으로 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땐 외투를 벗기도 했다.

 

결과는 인간의 승리. 1엔드 1 대 0, 2엔드 2 대 0으로 춘천기계공고팀이 승리했다. 앞서 오전에 진행된 '사전 시연'에선 1엔드 경기를 진행한 결과 1 대 0으로 컬리가 이겼다. 이는 스톤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핑 로봇이 개발되지 않았고,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재까진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구진 관계자는 "컬리는 스위핑을 할 수 없고,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많은 관람객이 경기장에 들어선 까닭에 변화하는 빙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며 "올 하반기 스위핑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빙질 파악을 정확히 할 수 있게 된다면 점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나선 학생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박현수 학생은 "(컬리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서 놀랍고 당황하기도 했다"며 "세번의 경기 동안 한 번의 투구를 제외하면 전략상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 컬리가 투구를 하기 전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컬링 로봇, 어떻게 구현됐나

 

이번 시연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컬링 로봇은 개발의 역사가 짧지만 빠른 속도로 능력을 키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4월 공모를 통해 컬링 로봇 개발 주관기관으로 고려대 컨소시엄을 선정(울산과학기술원, 엔티로봇 등)했다. 컨소시엄은 이후 컬링 투구 전략을 만드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인 '컬브레인'(CurlBrain)과 인공지능 컬링로봇인 컬리를 개발했다.

 

개발 기간이 이처럼 짧았으나, 컬브레인은 작년 11월 일본 도쿄대, 도호쿠대, 호카이도대, 한국 고려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한 인공지능 컬링 SW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컬링로봇은 헤드(Head)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경기 상황을 인식하고, 딥러닝 학습 기반으로 투구 전략을 스스로 수립해 빙판 위에서 경기를 수행할 수 있다. 딥러닝을 위한 학습 데이터베이스(DB)는 국제컬링경기 기보(1321 경기, 1만1000 엔드, 16만 투구샷)를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스킵 로봇'이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경기 영상을 전송하면, 컬브레인은 이를 토대로 최적의 투구전략을 수립한다. 경기장 반대편에 있는 투구로봇은 투구에 필요한 힘, 투구방향, 스톤 컬 회전을 제어해 스톤을 목표지점으로 투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의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수립한 착수점에 사람이 바둑을 두지만, 컬리는 인공지능 SW인 컬브레인과 하드웨어인 스킵·투구로봇이 상호 연결돼 경기를 수행함에 따라 투구 힘, 방향 제어 등 하드웨어 기술력 뒷받침도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빙질에 대한 분석 능력이 필요한 점도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핵심기술을 인공지능과 기계협업, 이동 환경에서 컴퓨터 비전 등 다양한 응용분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컬링 경기전략 수립 및 훈련 지원 등에 활용함으로써 스포츠 분야의 인공지능 도입·확산의 계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이라며 "시연회를 계기로 컬링의 국민 인지도 향상과 대중화에 기여하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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