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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대 성큼]①일자리 뺏는다고?…갑론을박

  • 2018.06.08(금) 15:12

인간과 로봇, 경쟁과 공존 사이 줄타기
제조업계 미래성장동력 삼아 '협동로봇' 공략

로봇시대는 공상과학소설 속 미래가 아닌 현재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은 이미 일자리를 놓고 사람과 경쟁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 일하고 밥을 먹고 퇴근해 쉬다가 잠이 들 때까지, 우리 생활 속에 로봇이 개입하는 빈도는 점점 높아진다. 로봇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또 이와 함께 발전하는 로봇산업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흘러갈지 짚어본다.[편집자]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로봇세(稅)' 도입을 주목표로 하는 사회단체 '일자리 미래 기금(Jobs of the Future Fund, JFF)'이 발족했다. 로봇세란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는 회사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JEF를 주도한 것은 한국계 미국인 제인 킴 행정의원이다. 그는 현지 매체에 "자동화의 도입으로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로봇세 세수(稅收)를 노동자의 이직과 직업 훈련 등에 쓰고 기본소득의 재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인 킴이 이런 움직임을 시작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다. 빌 게이츠는 "현재 공장에서 5만 달러 이상 벌며 일하고 있는 인간 노동자에게는 소득세, 사회보장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이들과 같은 노동을 하는 로봇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세의 등장은 로봇에 의해 직장에서 밀려나는 실직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에서 기인한다. 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보험료를 챙겨두자는 주장이다. 물론 산업의 자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등 로봇산업계에서는 펄쩍 뛸 일이다. 로봇세가 시행된다면 로봇 기술발전이 저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작년 11월 로봇산업의 발달, 산업 자동화로 2030년까지 전세계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충격적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맥킨지의 보고에는 반전이 숨어있었다. 그 대신 생길 수 있는 일자리가 최대 8억9000만개라는 것이다.

 

맥킨지는 변화할 일자리 수와 유형을 자동화 채택 속도·인력 수요 변화 등 여러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로봇으로 대체돼 완전히 자동화 될 업종은 약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업종의 60%에서 전체 작업량의 최소 3분의1 가량은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까지 자동화율이 15%정도에 그친다면 4억명이 일자리를 잃고, 30%까지 높아진다면 8억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게 맥킨지 예상이다. 특히 세계 일자리의 14%에 해당하는 최대 3억7500만명은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맥킨지는 분석했다.

 

하지만 2030년에는 노동자의 8~9%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내놨다. 특히 고령화 흐름과 맞물린 건강관리를 비롯해 교육, 회계, 경영 등의 수요가 늘어나 사라지는 일자리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금 상승과 소비의 증가, 고령화, 신기술 도입, 사회 인프라 및 건설 투자, 에너지 분야 투자, 무급 업무의 상품화가 일자리 증가의 배경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순증하는 일자리가 약 9000만~1억5500만개는 된다는 게 맥킨지 예상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맥킨지는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동화로 대체되는 일자리의 비율이 크다고 봤다. 이를 감안할 때 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에 따라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년 8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글로벌 로봇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는 "로봇 활용으로 2020년까지 일자리가 716만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특히 중·저소득층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제로봇연맹(IFR)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일어난 나라다.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집도(산업용 로봇 기준)를 보면 한국은 531로 싱가포르(398), 일본(305) 등을 웃돈다. 세계 평균(69)과 비교하면 7.7배다.

 

그렇다고는 해도 로봇산업의 성장은 이미 거스를 수없는 흐름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제조업계는 공급과잉에 따른 기업간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하락에 대한 대안으로 제조용 로봇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기술과 소프트웨어 진화를 선도하고 있고, 일본은 핵심 부품군과 서비스 로봇시장을 이끌고 있다.

 

IFR에 따르면 2014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약 167억달러로 2009년부터 연평균 21.2%의 성장세를 보이였다. 그 이후 로봇시장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지능형 로봇 수요가 늘면서 내년까지 연평균 13%의 고성장을 지속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계도 이런 변화에 발을 맞추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 한화정밀기계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적극적이다. 주로 중공업이나 방위산업 등에 주력했던 중후장대형 제조업체들이 변신에 앞장서는 추세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사람의 일을 돕는 '협동로봇' 분야다.

 

미국 벤처 캐피털 루프벤처스는 협동로봇이 연평균 약 68%로 초고속 성장해 2022년 6조5660억원 규모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산업용 로봇 규모가 같은 시기 22조9315억원 규모로 연평균 8%대 성장하는 것을 이끄는 게 다름 아닌 협동로봇이란 얘기다.

 

 

 

 ■로봇산업이란

 

로봇산업은 로봇에 관한 제조, 부품·소재, 소프트웨어 분야를 포괄합니다. 기계, 전자, 정보기술(IT) 산업 등이 서로 융합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을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합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으로 조정되고 재프로그램이 가능하며, 3개 이상의 축(axis)을 가진 다목적 기계장치로, 바닥이나 이동기기에 부착되어 있는 장치를 말합니다. 서비스용 로봇은 제조작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사람의 편의(복지)를 위하여 반자동 또는 전자동으로 서비스를 수행하는 로봇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일명 로봇법)에서 로봇을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007년 당시 산업자원부는 로봇산업을 ▲제조업용 ▲전문서비스용 ▲개인서비스용 ▲로봇부품 및 부분품 ▲로봇시스템 ▲로봇임베디드 ▲로봇서비스 등 7개로 분류했습니다.

 

최근 산업용 로봇산업은 인간과 협업, 사용 간편화, 이동성 제고 등에 중점을 두고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대체보다는 협업을 위한 작업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협동로봇'입니다.

 

사용이 간편한 로봇 생산으로 저숙련자나 여성·고령층 근로자의 로봇 이용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로봇의 이동성을 높여 고가장비를 한 군데가 아닌 여러곳에서 씀으로써 활용도를 제고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서비스용 로봇은 외골격형 로봇(exoskeleton), 의료용 로봇 등의 개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외골격형 로봇은 군사·건설 등 분야에서 노동자의 인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장애인 재활(의료)을 돕는 분야에 수요가 큽니다. 의료용 로봇은 진단, 수술, 치료 보조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 확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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