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카카오미니, 누구, 기가지니 등 인공지능 스피커(AI)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별다른 기기 조작 없이 음성만으로 작동시키는 AI 스피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자 작년부터 여러 제품이 쏟아졌는데요. 정작 쓸 수 있는 서비스는 고만고만해 실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업계 최대 라이벌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로 다른 AI 스피커 전략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각각 음성 합성 서비스, 카카오톡 연계 서비스를 선보여 경쟁사와 차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열린 AI 스피커 서비스 발표회에서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을 소개하며 본격적으로 색깔 내기에 들어갔습니다.
◇ 네이버 '음성 합성', 카카오 '카톡 연계'
네이버는 지난 4일 열린 테크포럼에서 음성 합성 기술을 고도화해 가족, 연예인 등 이용자가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AI 스피커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원하는 사람의 음성 데이터를 AI 스피커에 학습시키면 이 목소리로 작동하고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마치 엄마나 좋아하는 가수와 대화하는 것처럼 AI 스피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요.
기존엔 음성을 합성하려면 10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가 필요했으나 AI를 고도화해 4시간짜리 데이터만으로도 목소리 특징을 살릴 수 있게 됐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조만간 연예인 음성 합성 서비스부터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 탑재 스피커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한편 카카오는 5일 AI 스터디에서 주력인 카카오톡과 연계해 자사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 서비스를 하반기 중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선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내놓는데요. 이 서비스는 본인의 목소리를 등록한 계정인 보이스 프로필로 카카오미니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엔 반응하지 않도록 해 메시지 유출 위험을 방지했습니다.
AI 플랫폼인 카카오아이(i)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인 카카오홈도 곧 내놓습니다. 카카오홈은 가전제품 제어 결과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컨대 난방장치를 끌 경우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전송하는데요. 평소에 자주 쓰는 카카오톡을 통해 작동결과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고만고만했던 스피커, 슬슬 달라진다
기존에 AI 스피커 서비스는 음악 감상, 날씨와 교통정보 알림 등 기본기능뿐만 아니라 어린이 동화 구현, 스마트홈 작동과 같은 AI 스피커만의 킬러 콘텐츠조차도 대동소이 했습니다. 어린이의 이름을 넣어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 브리핑을 해주는 등 구체적인 작동방식까지 동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당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로 다른 AI 스피커를 써도 똑같으니 직접 돈을 내고 선택하기보다는 어느 제품이든 사은품으로 받으면 쓰겠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른 회사에서 하지 않는 AI 스피커 서비스계획을 내놓으면서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두 회사의 차별화 의지는 서비스계획 발표 자리에서 실무자가 한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이석영 카카오 AI 서비스 팀장은 "AI 스피커는 현재 사업자들간 서비스 차별 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카카오는 비즈니스와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 연계에 중점을 둬 이용자 경험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민 네이버 클로바 보이스 리더도 "기존 음성 합성 서비스들은 고품질 대용량 데이터 학습을 요구했다"면서 "구글의 음성 합성 서비스도 최소 40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네이버는 데이커 부담을 크게 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만고만하던 AI 스피커들 중 이색 서비스를 하는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니 반가운 일인데요. 다양한 AI 스피커 차별화 전략이 나오면서 서로 다른 제품 중에서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