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는 시청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 가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SK텔레콤 옥수수(oksusu), 지상파가 만든 '푹'(pooq)이 못하는 것이죠."
박태훈 왓챠 대표는 15일 디지털 마케팅 기업 모비데이즈가 개최한 '맥스서밋2019'의 연사로 나서 "넷플릭스,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은 자본이 풍부하고 마케팅 능력도 뛰어나지만, 왓챠의 무기는 서비스 이용자의 빅데이터"라며 이같이 말했다.
45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OTT 서비스 '왓챠'는 2012년 카카오벤처스의 1호 투자처로 8억원의 씨드 투자를 받은 이후 작년 초 기준 총 210억원에 달하는 누적투자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박 대표는 "왓챠는 글로벌 넘버원을 꿈꾸지 않는다. 또 이길 수 없는 전장에 가면 필패(必敗)한다고 생각한다"며 "왓챠는 '온라인 비디오 가게'로 포지셔닝하고, 신작은 부족하더라도 대부분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소싱해왔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세계 190개국에서 약 1억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고 지난해 콘텐츠 제작 투자에만 9조원 정도를 썼다. SK텔레콤도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의 지위를 바탕으로 10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해 옥수수를 운영하고 있다.
푹의 경우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왓챠는 이들이 확보한 경쟁력과 다른 능력을 내세워 경쟁에 나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신작 영화를 자체 제작하거나 수급하려면 많은 비용이 뒷따르는데, 왓챠는 신작은 사실상 포기하되 시간이 흘러 가격이 저렴해진 영화 위주로 유통한다.
또한 시청자 데이터 기반으로 적정한 가격을 콘텐츠 공급자에 제시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워 풍부한 콘텐츠 확보에 나선다는 것이다.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선 신선도가 떨어진 영화를 적정 가격에 잘 팔아주겠다는 사업자를 멀리할 까닭도 없다.
박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는 일본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내년부터는 아시아 지역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이미 2015년에 일본 서비스, 작년에 영어 버전을 론칭해 취향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시장은 여전히 DVD 대여 시장 규모가 커서 왓챠 같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진입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최근 SK텔레콤과 푹이 힘을 모아 단일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는 등 OTT 시장의 지형 변화와 관련해서는 "넷플릭스에 대응하는 훌륭한 조합"이라면서도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이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왓챠는 넷플릭스와 양립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봤다. 그는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에 와서 넷플릭스의 방송을 보라는 식의 글로벌 온라인 방송국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러나 왓챠는 온라인 비디오 가게이므로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