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를 앞두고 달라진 시장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로부터 제시됐다.
과거와 달리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유료방송 M&A 불발 시 자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에 반대했던 교수가 유료방송 M&A의 물꼬를 터줄 필요성을 제기해 이목을 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 심사과정에서 알뜰폰 사업 지분 매각 이슈가 화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알뜰폰 시장을 주도하는 CJ헬로가 합병으로 시장에서 사라지면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 정부로부터 관련 지분을 팔 것을 요구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변화하는 생태계와 미래지향적 미디어 사업전략’ 간담회에서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을 추진한) 과거엔 케이블TV 사업자가 IPTV 사업자와 경쟁해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현재 사업의지가 약해진 상태”라면서 “케이블TV를 자연 도태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IPTV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케이블TV 점유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M&A를 불발시켜봤자 방송산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케이블TV의 경쟁력이 약해져 있어 M&A 불발 시 자생 가능성도 낮다는 것.
특히 박 교수는 과거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 추진 당시 반대 의견을 냈다가 뒤바뀐 입장을 내놔 관심이 실린다. 박 교수는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 M&A 승인에 반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박 교수는 “3년 전 저는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을 반대했다”면서 “시간이 지나 시장상황이 달라지면서 제 생각도 변했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에 따라 권역별 유료 방송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 M&A를 불허했다. 달라진 시장상황을 고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 M&A 불허를 아쉬운 사례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과정에서 알뜰폰 사업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CJ헬로가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요금 인하, 서비스 혁신 등을 주도하는 이른바 독행기업으로 꼽히는데 합병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 관련사업 지분 매각을 정부로부터 요구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 합병 심사 당시에도 알뜰폰 사업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환 아주대학교 교수는 “3년 전 독행기업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정위가 알뜰폰 사업 인수는 안 된다고 못을 막은 바 있다”면서 “3년 전과 시장상황이 달라진 바가 없어 공정위에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