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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유료방송 M&A와 달라졌다 '관전포인트4'

  • 2019.03.26(화) 17:30

전쟁터 방불케 했던 논쟁 사라져
정부 심사기관 입장도 확 바뀌어
매물 놓고 고민빠진 KT 선택은…

최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인수를 위해 정부에 인가신청을 냈고,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합병(M&A)하려 실사 중이다. 유료방송업계에 M&A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를 M&A 하려했다가 실패한 뒤 두 번째 부는 바람이다.

하지만 2015년과 2019년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M&A에 대한 갑론을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허가를 심사하는 정부의 시각도 달라졌다. 과거와 지금의 달라진 관전포인트 4가지를 요약해봤다.

1. 그 많던 세미나·토론회 어디갔나

2015년 10월말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로 하여금 CJ헬로를 M&A 한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불과 20여일 뒤, 서강대학교 법과시장경제센터가 주최한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주제만 거시적 이었을 뿐 발표내용은 거의 SK텔레콤의 M&A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겼다.

학계 세미나가 이렇게 민첩하게 업계 현안을 다룰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 이었을까. 한양대·경희대·서강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앤장·태평양 변호사와 KISDI 출신 국방대 교수·서울YMCA 관계자가 나와 토론을 이끄는 등 풀 구성은 언뜻 중립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의 M&A를 막기 위한 LG유플러스와 KT경제경영연구소가 후원한 세미나였기에 가능했다.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가 2015년 11월 주최한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 세미나 장면

현안을 반영한 학회 세미나는 계속 이어졌다. 그해 12월4일에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박사와 선문대학교 황근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따른 긍정과 부정요인을 밝히면서 동시에 정부의 정책마련 미흡을 지목했다. 하지만 언론학회는 주제발표 내용과 달리 일방적 비판 내용만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SK텔레콤 이상헌 CR전략실장이 지적하면서 본격화 됐다. 이 실장은 "발제문 내용을 미리 살펴봤지만 학회에서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과 달랐다"면서 학술세미나의 균형성이 사라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발제자로 나섰던 황근 교수도 "발제문을 정리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었는데, 학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는 한마디로 (어느한쪽을)나쁜 놈으로 해버린 꼴이 됐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언론학회 측에서 세미나 도중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정의당 긴급현안 토론회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2015년 11월17일), 우상호·정호준 의원 주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개선 토론회'(2015년 11월25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2015년 12월17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 세미나(2015년 12월29일)까지 SK텔레콤의 M&A 선언 직후 두 달 만에 여섯 차례의 관련 세미나·토론회가 열렸다.

2019년은 과연 어떨까.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9일 CJ헬로 인수추진 사실을 공식화 했고, SK텔레콤 역시 2월21일 티브로드 M&A를 위한 MOU 체결을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났지만 관련 세미나나 토론회 개최는 잠잠하다.

2. 사라진 M&A반대 신문광고

업계 관계자는 "2015년도와 2019년도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면서 "당시엔 유료방송시장 대형 M&A의 첫 시도로 정부도 준비가 안됐고 업계도 받아들일 상황이 안됐지만 지금은 시대분위기가 변해 대체로 수긍하는 추세다"고 밝혔다.

일부 세미나·토론회 개최의 군불을 땠던 것도 M&A를 막기 위한 경쟁사 의도였던 것임을 볼 때 2015년도엔 업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그 정점이 신문광고에서 나타났다.

KT와 LG유플러스가 2016년 3월14일자 신문에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반대 광고를 실었다.

2016년 3월14일 SK텔레콤의 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결과 발표가 입박한 가운데 KT와 LG유플러는 일간지 1면 광고로 M&A를 반대 입장을 알렸다.

'SK텔레콤에게 묻습니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입니까?'라는 광고는 이날 일간지 20개 매체에 실렸다. 경쟁사 M&A를 반대하는 광고는 국내 역사상 처음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광고에서 "2000년 신세기통신, 2008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합병 후 경쟁파괴적 인수합병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대안을 제거하면서 쌓아온 영업이익이 과연 방송통신 시장 성장과 소비자 권익 보호에 쓰였는지 SK텔레콤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CJ헬로비전 인수합병도 진정으로 소비자 권익에 기여하는 방안인가"라고 질문은 던진 뒤 "많은 언론, 학계, 시민단체들은 SK텔레콤의 독과점이 확대되면 통신비 인하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또 "합병을 전제로 한 콘텐츠 투자·상생방안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양사 관계자는 "그동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알렸지만, 소비자들은 이번 M&A에 대해 아직 체감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것 같아, 이에 대한 폐해를 알리고자 광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시장경제에서 벌어지는 기업간 합병 문제를 반대광고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10여차례 토론회가 열렸고, 합병승인 주체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공청회도 두 차례나 개최되면서 찬반 의견이 오갔는데 광고를 통해 또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은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광고문구에서 지적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효율적 경영활동의 산물인데 마치 영업이익을 엉뚱한 곳에 쓴 것처럼 곡해하고 있으며, 매년 2조원 이상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면서 한국의 이동통신 인프라를 만든 기여도는 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대안을 제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합병 후에도 IPTV와 케이블TV 플랫폼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택권 제한은 없다"고 밝힌 뒤 "오히려 KT는 케이블TV와 상생방안을 발표한다고 말한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면서 경쟁사를 비판했다.

주먹만 안들었을 뿐 사실상 난타전을 한 셈이다.

3. 달라진 공정위 입장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및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정으로 이뤄진다.

공정위는 독점규제법 제7조에 따라 경쟁제한성 평가와 완화 요인 등에 따른 사전 심사를 진행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하면 다음 심사과정이 이뤄진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땐 공정위 심사부터 불허됐다. 당시 공정위는 M&A에 따른 경쟁제한성 평가를 하면서 대상 시장을 권역별로 획정, 합병 법인의 시장 지배력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 양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3년 전과 비교해 규제 환경이 달라졌고 (넷플릭스 등)해외사업자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등 시장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적 시장 상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공정위로서도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의 판단과 공정위 판단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방통위의 정책적 방향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장을 획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즉 2016년 M&A 불허땐 평가대상 시장을 권역별로 획정해 지배력 심화우려를 냈지만, 만약 권역별이 아닌 전국단위 시장으로 획정한다고 했을 땐 지배력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

조동호 과기정통부장관 후보자 역시 긍정적 견해다.

조 후보자는 26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방송통신기업간 인수합병 시도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민간의 자발적인 구조개편 노력이자 경쟁력 제고방안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지역성과 공공성은 중요한 가치라 생각하기에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방송통신 기업간 인수합병 심사과정에서 지역성과 공공성 확보에 관한 부분들을 포함해 여러 우려사항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지만 전반적인 생각은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4. KT 지금 속마음은…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올 들어 인수·합병 추진을 선언하면서 KT의 마음이 급해진 것은 사실이다.

경쟁사가 M&A에 성공하면 유료방송시장점유율 측면에서 KT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KT는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국회가 발목잡고 있는 상황이다. 합산규제 재도입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게 하는 합산규제가 재도입될 경우 이미 30%를 넘어선 KT는 M&A를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이미 M&A를 추진중인 만큼 딜라이브 등 다른 매물이 있어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특히 딜라이브는 오는 7월까지 4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채권단에 상황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채권단은 딜라이브와 국민유선방송투자에 2019년 7월까지 채권만기를 연장시켜준 바 있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 또다시 만기연장을 결정할 수도 있지만 부담감은 3년전에 비해 더 커졌다. 케이블TV 사업 매리트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딜라이브 몸값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딜라이브 인수금융을 부도처리하면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선 딜라이브 가입자 중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로 이동할 것이다. 즉 KT는 돈 안 쓰고도 딜라이브 가입자 일부를 끌어올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싸게 딜라이브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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