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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료방송 M&A, '지역성·공공성'이 관건일까

  • 2019.06.13(목) 16:50

바뀐 미디어 환경 고려해야

주말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게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 체크다. 1~2주에 한번 정도 장을 보는데, 하필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면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등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가 휴무일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이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번 정도 주말에 쉬는 이유는 중소상인과 전통상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규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의 과잉파워를 막고 소비자 혜택을 늘려준 것은 꼭 이런 규제 때문은 아니다. 규제 외적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혁신적 서비스로 인한 경쟁구도가 더 큰 몫을 한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그거 알면 큰일 나요"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새벽배송 이커머스가 대표 사례다. 밤에 주문하면 아침 일찍 음식료품을 문앞에 갖다 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로 인해 대형마트에서 장을 안보게 된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도 하루만에 배송을 해준다는 차원에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처럼 외부 혁신과 경쟁은 대형마트로 하여금 할인 경쟁에 나서게 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득으로 돌아온다. 단순히 대형 사업자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과 동네슈퍼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커머스(온라인쇼핑)를 통한 식음료, 생필품 구매율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면 이커머스 사업자에게도 휴무일을 지정해야 할까 의문이다.

이를 유료방송 업계에 적용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업계에서 인수·합병(M&A) 시도가 활발해지면서 방송의 공공성·지역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 주도로 지역 곳곳에 뿌리 내린 케이블TV를 사들이면 전국 사업자 중심의 방송이 더욱 힘을 얻어 지역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원 박사는 국회에서 열린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인수합병이 시도되면 케이블 방송은 통신기업이 제공하는 유료방송통신서비스 상품의 하나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케이블 방송에 대한 진흥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역성과 공공성을 유료방송 M&A 허가에 앞서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공성과 지역성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 방송 사업자가 수도권 중심, 대형 사업자 중심의 사고만 유통할 경우 지역의 여론은 묻히거나 작은 목소리 정도로만 취급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유로 대형 사업자의 행보를 가로막는 것은 단순한 대형마트 규제와 비슷한 꼴이다.

이미 유료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시장은 IPTV 사업자만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활개 치는 곳이 아니다. 소비자의 미디어 시청 패턴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지상파나 유료방송만으로 일방향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보고 각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지역 소식을 접하고 제작과 유통에 참여도 한다. KBS의 전국노래자랑에서 화제가 된 '할미넴', '할담비'는 본방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떴다.

국내 1위 포털이자 초대형 미디어사업자인 네이버조차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위협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영화와 드라마가 즐비한 넷플릭스를 상대하려면 우리나라 유료방송사업자 전체가 달라붙어도 투자 규모에서 게임이 안 된다. 상대가 범선을 만들어 세계를 누빌 때 한가하게 성을 쌓고 있는 꼴이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내 대형 사업자 M&A와 지역성 사안은 따로 보는 게 타당하다. M&A대로 꼼꼼하게 적절성을 살펴보지만, 지역성은 지역성 대로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게 옳다. 시장변화에 대한 인식 없이 지역성·공공성만을 이유로 M&A는 안 된다고 주장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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