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인수·합병(M&A)에서 '알뜰폰'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이 알뜰폰을 M&A 변수로 등장시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에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주체로서 상징성 있는 알뜰폰을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하면 알뜰폰 경쟁성이 사라져 시장이 소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 논리는 과거 SK텔레콤이 CJ헬로를 M&A 하려할 당시 LG유플러스가 내세웠던 주장이다.
이에대해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위 사업자가 이통시장 점유율 1%에 불과한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하는 것에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 중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5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알뜰폰 M&A에 대하여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실장은 M&A를 통한 유료방송시장재편에 대해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한다는 생존전략차원"이라면서도 "(LG유플러스의 인수로) 알뜰폰 업계 상징인 CJ헬로 사업권의 존재와 기능이 사실상 소멸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뜰폰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나, 알뜰폰이 중요한 이유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시장을 자극한다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 SK텔레콤-CJ헬로 M&A를 불허한) 공정위도 CJ헬로 알뜰폰을 '독행기업'으로 보고 이통사업자에게 인수되는 것 자체만으로 시장에 문제가 초래한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LG유플러스도 이런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독행기업은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질서의 파괴자 역할을 하며, 가격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뜻한다.
당시 SK텔레콤의 발목을 잡았던 논리 중 하나를 이번에는 공격용으로 재활용한 셈이다.
이날 세미나 주제 발표에 나선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의 발표 자료에도 이런 점이 적시됐다.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6년 M&A 불허와 관련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는 CJ헬로를 인수하면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상헌 실장은 "CJ헬로 알뜰폰의 역할과 기능, 이를 지원하고 육성해야한다는 정책방향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상징적 주체가 사실상 소멸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박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통신시장의 1.2%에 불과한 CJ헬로 알뜰폰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인수하는 것에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시장 1위이면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티브로드 M&A로 발생하는 시장의 경쟁제한성 은폐를 위해, KT 역시 자사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두려워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인수를 트집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이 같은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라며 "건설적인 비판과 제안은 필요하지만, 이처럼 산업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목잡기와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은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CJ헬로가 케이블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한 역할을 존중하고, 더욱 발전시켜 유료방송 산업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개별 SO 등과 동등결합 상품을 출시, 케이블 사업자의 결합상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도 유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SK텔레콤의 이번 주장은 과거 LG유플러스도 사용한 적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알뜰폰에 발목을 잡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조건들이 달린다면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기준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11.9%에 불과했으나 CJ헬로를 인수하면 24.5%에 이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담당 국장이 불참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