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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수식어 떼기 나선 네이버 '이해진'

  • 2019.06.18(화) 19:09

5년만에 공식석상…사회학회·경영학회 심포지엄
"네이버, 독점이라 비판말고 글로벌 관점서 봐달라"

"네이버는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로 남고 싶다. 전 세계의 99%가 거인들에 의해 잠식됐을 때 버티고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에게 묻다 : 네이버 창업과 성장의 경험' 대담에 참석한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네이버의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네이버의 존재 가치를 '통일성'보다 '다양성'에서 찾았다. 네이버라는 기업 자체가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 자국어로 된 검색엔진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본인의 필요에 따라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해진 GIO는 "구글 외 하나의 검색 엔진을 더 갖고 있다는 것, 즉 검색 엔진 취사 선택에 네이버의 존재 의미가 있다"며 "자국의 검색엔진이 있어야 우리의 문화도 잘 지켜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러한 점에서 네이버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글로벌적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당부했다. 전 세계 국가별 인터넷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미국이 81%, 중국이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3%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다양성을 파괴하는 독점 사업자'라고 비판받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는 이 3% 안에 속해있다.

이해진 GIO는 "인터넷은 다 같이 쓰는 것이라 경쟁에도 국경이 없기 때문에 기업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글로벌적 이어야 한다"면서 "시장을 전체적인 시장으로 바라봐달라"고 첨언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고집하는 면에 대해서는 소신있는 기업관을 드러냈다. 그는 "기업의 성공은 결국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회사를 투명하게 하는 일"이라며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좋은 퍼포먼스를 내면서도 왜 사랑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도 모든 의사 결정에 사심 없이 최선을 다했고 소신을 지켰다고 말하는 것이 사업의 또 다른 목표"라며 "부족한 점이 있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라인 메신저 성공 이후 신사업 성과가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라인이 성공하는데 15년이 걸렸고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재밌는 것들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고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진 GIO는 본인을 수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인 '은둔형 경영자'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이해진 GIO는 "20년 동안 매일 같이 출근하고 살았는데, 저를 설명하는 가장 큰 수식어가 은둔형 경영자"라며 "사실 은둔형이라는 말은 조금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다.

또 "보통 CEO라고 하면 대외 활동을 많이 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성격이 내성적인 것은 사실이라 처음에는 콤플렉스가 많았다"며 "이제는 은둔형 경영자로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업 CEO의 스타일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각자 자기의 스타일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해진 GIO는 평소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며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포럼 역시 지난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주도에서 주최한 리더스포럼 이후 5년 만에 공개 석상이다. 이해진 GIO의 이같은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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