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53)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붙는 수식어다.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했음에도 경영 일선 시절부터 따라다닌 은둔 이미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성공한 1세대 벤처 기업인임에도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게 많지 않아서다.
이 창업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2017년부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 재벌 오너에게나 붙는 총수(동일인) 지위를 부여하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도 했다.
벤처로 시작한 네이버를 시총 43조원 규모의 웬만한 대기업을 뛰어넘는 회사로 키워냈고, 그 과정에서 거의 맨손으로 인터넷 제국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를 둘러싼 사소한 행보에 주목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 남동생 '해영' 씨 이끌던 IT업체 인터베이스 눈길
그러한 점에서 이 창업자의 개인회사는 그의 사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올 3월말 기준 총 41개의 네이버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그의 친동생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 '지음'에 대한 얘기다. 지음을 살펴보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이 알려졌듯 지음은 이 창업자가 2011년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개인회사다. 이 창업자의 남동생 이해영(49) 씨가 유일한 등기임원(대표이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음은 주식회사와 달리 폐쇄적 성격의 유한회사다 보니 사업 활동 등의 정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대표이사인 해영 씨에 대해서도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해영 씨가 과거에 몸 담았던 주식회사 '인터베이스'란 회사가 그나마 그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인터베이스는 1999년 설립한 IT 서버 및 관련 부품 업체다.
설립 이듬해에 해영 씨가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당시 인터베이스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다음과 넥슨 등 주요 인터넷 기반 기업들에 서버 등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게임포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합병(2000년)하며 덩치를 불리던 때라 급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외부 서버 공급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인터베이스다.
해영 씨가 이끌던 인터베이스가 네이버와 사업적으로 교류하는 장면이다. 당시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한게임을 설립했던 김범수(현 카카오 창업자)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던 시기였다.
◇ 부친 '이시용' 前삼성생명 대표의 흔적
인터베이스는 네이버 등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한 덕인지 신생 기업임에도 꽤나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 관련 박람회 행사의 서버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견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회사의 지속성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설립 이후 불과 10년이 안된 2008년에 청산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감지된다. 해영 씨 말고도 이 창업자의 부친 이시용(83) 씨가 한때 인터베이스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서다.
이 씨는 1990년대 보험계를 주름 잡았던 삼성생명 대표이사 출신이다. 삼성생명 공채 1기로 입사해 대표까지 맡은 인물이다. 삼성생명과 계열사인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이후 태평양생명과 중앙생명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씨가 인터베이스 등기임원으로 활동한 것은 불과 2년의 시간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다. 보험사 네 곳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이 씨는 첫째 아들인 이 창업자가 네이버를 창업할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 이씨가 둘째 아들이 이끌고 있는 회사에는 이사직으로 참여해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네이버의 성장 스토리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창업자 가족들의 흔적이 뭍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