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와 그랩은 차량호출서비스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 규제로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이 중단된 상태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자가용(대여) 자동차 불법유상운송 행위를 집중단속합니다."
택시가 아닌 자동차가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내는 서비스는 불법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강남 대로변에 걸렸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타다'를 견제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현수막은 2014년 '우버'가 불법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모빌리티 산업은 여전히 그대로다.
우버 분쟁과 닮은 타다 분쟁
지난해 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가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간 분쟁은 또다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에서 '택시-플랫폼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타다와 택시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우버의 한국 진출 때와 유사하다.
우버는 지난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우버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에 있던 차량이 배차되어 승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서비스다. 우버는 차량과 운전기사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승객과 차량이 있는 운전기사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택시보다 높은 금액과 고급 서비스로 택시와 차별화를 뒀지만 당시 택시업계와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여객운수사업법'상 택시가 아닌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 영업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우버는 2015년 3월6일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하고 관련 논의도 중단됐다.
다시 시작된 논란, 쉽지 않은 해결책
한동안 차량공유 및 차량호출 등을 포함한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논의는 잠잠한 듯 보였다. 2016년 5월 풀러스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도 카풀 시범서비스를, VCNC가 '타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카풀 서비스는 시간 및 횟수를 제한하면서 택시업계와 합의를 했지만 차량호출 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졌다.
해결책은 쉽지 않다. 단순히 택시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택시 공급과잉과 함께 경쟁력이 사라진 택시 사업의 문제도 얽혀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은 승객으로부터 받는 '택시요금' 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개인택시 권리금을 통한 수익도 기대하면서 개인택시 사업을 시작한다. 타다 서비스 등장 후 실제로 개인택시 권리금은 하락했다.
또한 택시 요금은 정부의 규제로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했다. 택시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하지도 못하고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위협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묵혀뒀던 문제, 다시 반복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로 정부도 쉽게 손을 쓰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를 그동안 묵혀뒀던 것은 사실이다.
우버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당시 서울시가 택시업계 편에서 우버 서비스를 금지했지만, 정부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뤘던 문제가 이제서야 다시 터진 셈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택시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경쟁력 없는 상황에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 기회를 열어주는 것에 대해 정책 당국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새로운 모빌리티 이슈뿐 아니라 기존 택시 산업과의 문제도 결합되다 보니 해결이 되지 않았고 큰 틀에서 정리가 안되다보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