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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5G폰이 소비자 선택권 저해한다?

  • 2019.08.28(수) 15:32

5G 집중하라던 정부, LTE폰 출시 요구
제조사 "5G폰도 LTE폰처럼 쓸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소비자 선택권'을 앞세워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위해 5G 모델만 내놓지 말고 LTE 모델까지 판매하라는 것이죠. 하지만 제조사들은 사실상 어려운 요구라며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통신3사를 통해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에 스마트폰 소비자 선택권 확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소비자들이 최신 단말기를 선택할 때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 되고, 해외와 역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특히 최근 갤럭시노트10을 내놓은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10을 출시하면서 국내에는 5G 모델로만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G 상용화 전인 유럽에서는 LTE 모델만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는 갤럭시노트10 5G 모델과 LTE 모델이 함께 판매되는 것과는 비교됩니다.

LG전자 역시 화살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내달 선보일 V50 씽큐의 후속작인 'V50S'를 국내에서는 5G 모델, 해외에서는 LTE 모델로 판매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과기정통부는 한국 소비자만 갤럭시노트10 LTE 버전을 구매할 수 없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같은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애초부터 LTE폰을 고려하지 않았던 제조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요.

제조사들은 5G 모델 단독 출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정부의 주장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제조사 관계자는 "5G폰도 LTE 지원을 하기 때문에 LTE폰을 팔지 않는다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 역시 "요즘에는 보조금이 많이 나와 5G폰이라고 특별히 가격이 비싸지도 않고 LTE 개통도 가능한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개통, 즉 통신사의 소관이지 제조사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5G 폰에서 LTE 요금제를 사용하면 LTE 폰과 같이 사용할 수 있으니 LTE 폰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통신사들이 5G 폰에 LTE 요금제를 적용시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죠.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문제의 쟁점을 요금제가 아닌 LTE 폰 출시로 몰아가면서 제조사 책임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제조 과정의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LTE 모델 출시를 결정한다고 해도 기존 계획을 수정하고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등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최근 출시한 갤럭시노트10의 LTE 버전을 국내에 추가 출시한다고 가정하면, 국내에 맞는 LTE 모델 생산에는 최소한 2~3달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말께나 출시가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생산 라인을 더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문제도 배제할 수 없죠.

이에 대해 통신사에서는 5G 모델에 LTE 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단통법에서 같은 단말기에는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동일한 단말에서 다른 요금제를 적용할 때 지원금이 다르면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단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나 통신사들은 정부의 '5G 최초 상용화' 욕심으로 무리해서 5G 상용화를 시작해 제살 깎아먹기식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제 와서 5G에만 집중하지 말고 LTE폰을 내놓으라고 강조하는 것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삼성전자에 오는 30일까지 단말기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TE 모델 출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 유력하다고 관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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