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입니다. 1위에 올라선 이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죠.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고 국내에서는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 뉴스 편집 논란 등의 이슈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날카로운 비판은 1위의 숙명이기도 하죠.
여러 논란과 이슈에 대응하면서 네이버는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들은 리뷰를 가장한 블로그 홍보글에 질려 구글 검색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이 네이버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도 검색 퀄리티를 높이고 영상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구글, 유튜브와 정면 대결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는 자신만의 길을 찾은 듯 보입니다. 글로벌 IT 공룡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파고든 셈이죠. 지역기반, 창작자 기반의 스몰 비즈니스와 콘텐츠입니다.
지역·창작자 기반의 스몰 비즈니스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나 텐센트 등입니다. 하지만 한국어 기반의 한국 지역 관련 정보, 국내 지역 소상공인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죠.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플랫폼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입니다. 하지만 한국인 인플루언서나 창작자들이 가장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네이버죠. 한국문화에 가장 익숙한 플랫폼도 네이버고요.
네이버는 여기에 집중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구글이 더 뛰어날지 몰라도 국내 지역정보, 한국어 콘텐츠와 AI 기술을 결합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구글보다 네이버가 더 잘하는 분야입니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을 기반으로 최근 네이버가 내세우는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맥락을 함께합니다.
네이버는 전국 390만 플레이스 정보를 기반으로 지역 소상공인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스마트플레이스, N예약, 테이블주문, 스마트콜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소상공인이 활용하기 편하도록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줍니다. 'D-커머스 프로그램'을 통해 온오프라인 창업자들이 디지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스마트어라운드'를 통해 네이버 포털 사용자는 지역 기반, 취향 기반의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소상공인이 10% 이상 더 많이 노출됐습니다.
홍보성 리뷰로 블로그의 신뢰가 하락하자 네이버는 AI가 괜찮은 리뷰를 자동으로 정렬하고 무의미한 이미지는 등록을 차단하는 등 상점과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양질의 리뷰가 쌓일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네이버가 리뷰 기능을 개선한 이후 올해 1월 대비 8월의 구매전환율은 34% 상승했습니다.
웹툰·연예인·인플루언서 등 콘텐츠 강화하는 네이버
네이버는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한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웹툰과 인플루언서의 창작물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웹툰입니다.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지 15년이 된 지금 글로벌 1위를 하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들은 물론이고 네이버만이 가질 수 있는 연예인 콘텐츠를 활용한 V앱과 'NOW 온에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는 매월 160만명의 창작자가 2000만건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그동안 웹툰 외에 네이버 플랫폼에 블로그나 포스트 등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들에게는 온라인 광고 외에는 매력적인 보상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양질의 블로그 콘텐츠가 많은 사용자를 네이버로 유인했지만 그 수익 대부분은 네이버로 돌아갔던 셈입니다. 창작자나 인플루언서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튜브로 이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이를 개선해 네이버는 '인플루언서 홈'을 만들고 '애드 테크' 기반의 보상 구조를 강화해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 계획입니다.
네이버의 이러한 전략은 하나의 흐름을 갖습니다. 온오프라인의 스몰비즈니스 사업자들의 매출 증대와 이를 통한 네이버의 결제 거래액 증가,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강화는 사용자들을 네이버로 몰리게 하는 효과죠. 실제로 네이버 쇼핑과 콘텐츠 결제액은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한 9조8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이베이코리아와 쿠팡보다도 높은 결제액이죠.
네이버는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이지만 점차 다른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광고가 늘어나면서 네이버는 광고와 트래픽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었죠. 하지만 증권가 분석 리포트를 보면 그 우려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 IT 기업들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네이버만의 길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 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