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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ABC]②북한 현실을 알고 가라

  • 2019.12.17(화) 13:12

잘못된 北정보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남북경협 앞서 실상을 알아야 이해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가. 단순히 '통일=정치적 통일'로 생각하진 않는가. 현 남북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 통일은 힘들다는게 지배적이다. 통일비용까지 고려하면 우리 국민 상당수도 정치적 통일을 꺼려할 것이다. 그래서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경협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분위기 속에서도 남북경협은 끝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그래야 막상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SGI컨설팅이 공동 진행한 '남북경제협력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남북경협 노하우를 살펴본다. [편집자]

한국은행이 추정한 북한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에서 2017년 -3.5%, 2018년 -4.1%로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마이너스 성장률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삶은 안봐도 뻔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북한 도시와 농촌간 빈부격차가 있긴 해도 굶주린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견해들이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장관)은 오랜기간 북중 접견지역을 방문하면서 북한지역의 변화상을 살펴본 결과, 오히려 북한의 경제성장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북한 경제는 변함 없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의 경우 2016년 9월 대홍수 이전 모습과 2018년 8월 모습을 비교해볼 때 엄청난 발전상이 보인다"면서 "이런 모습은 북중 접경지역 여러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1인당 쌀 소비량 통계를 보면 줄고 있지만 이는 못먹어서 그렇다기 보다 쌀 소비를 줄이고 다른 음식물 소비를 늘려서 나타난 현상이다"고 말했다. 즉 쌀 소비량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식생활 질 개선 측면에서 북한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평양 시내 국영상점 내 북한생산물품 비중도 60∼70%나 차지할 정도로 북한 내수재도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북한의 일부 모습을 통해 전체를 판단할 순 없다. 다만 통계로만 바라본 북한, 막연히 이럴 것이라고 추측했던 북한을 고정관념으로 두면 남북경협은 힘들다. 남북경협에 앞서 북한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다.

상상도 못했던 군의 변화…'경제 밑거름'

북한에서의 우선 순위는 항상 당과 군 이었다. 최근 그 개념이 깨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도 신년사를 보면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 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추동하겼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즉 군수공장에서 인민경제발전을 위한 민수용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북한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7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함경북도 경성 중평리 일대 군용비행장을 개조해 대단위 채소 온실농장을 건설했다. 2019년 8월9일 노동신문에는 북한 공군 항공기를 이용해 신도군 갈밭에 비료를 산포하는 사진이 실렸다. 2019년 8월31일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언급이 실렸다. "스키장에 설치할 수평 승강기와 끌림식 삭도를 비롯한 설비제작을 모두 주요 군수공장들에 맡겨 보았는데 나무랄데 없이 잘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군이 인민경제 발전을 위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북한군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변화다.

北 자본가층 형성…'시장 발전'

내부 시스템의 변화는 시장경제를 싹 틔우는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북한에서도 오래전부터 장마당이 생겨 개인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당·군 소속 기업에도 일종의 인센티브 개념이 생겨 목표추가분에 대해선 기업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변했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사금융을 통해 부를 축적한 북한 개인 돈주들이 북한의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거래규모와 자금 수요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이자율이 결정되는 초기 사채업의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돈주들이 10톤급 화물차량을 중국에서 구입, 개인택배 회사를 운영할 정도다"면서 "최근에는 화물차를 구입한 돈주는 매월 약 8000위안(한화 약 135만원)의 수입, 운전기사는 약 2000위안(한화 약 33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안남도 평성, 함경북도 청진 등 대형 시장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 운영하는 운송회사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개인택배 운송차량 운행은 아직까지 북한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검문소를 통과할 때 마다 뇌물을 주고 몰래 통과하는 현실이다.

일각에선 지역별 돈주끼리 빚 청산을 해주는 금융 형태까지 등장했다. 2019년 3월부터는 라선 경제특구 구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주택 사유화 정책도 시범 실시됐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격을 국가가 정해 개인에게 매매하고 주택소유와 상속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 센터장은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제14기) 헌법개정에 따르면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리용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면서 "기업에 실질적 경영권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국가배급도 100%를 커버하지 않고 일부 배급의 역할을 기업에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뢰있는 통계 없어 어려음

다만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생각보다 활발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경협을 위한 투자판단을 위해선 기본적인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예를들면 광물자원 투자를 위해선 지역별 매장량이 얼마고, 광물별 퀄리티가 어느수준인지, 전력사정은 어떤지 등을 알아야 하지만 북한통계는 여전히 깜깜이다.  설령 통계가 있다고 하더라고 100% 신뢰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때문에 사업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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