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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ABC]③사업 기회는 여기에

  • 2019.12.18(수) 14:51

장기적 성공해법 밑거름은 '신뢰'
ICT 인력·지하자원·물류서 협력 가능

여러분이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가. 단순히 '통일=정치적 통일'로 생각하진 않는가. 현 남북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 통일은 힘들다는게 지배적이다. 통일비용까지 고려하면 우리 국민 상당수도 정치적 통일을 꺼려할 것이다. 그래서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경협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분위기 속에서도 남북경협은 끝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그래야 막상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SGI컨설팅이 공동 진행한 '남북경제협력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남북경협 노하우를 살펴본다. [편집자]

1998년 2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였다. 이어 남북경협이 시작됐다. 유완영 IMRI 회장(현 SGI컨설팅 회장)이 평양 대동강구역에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를 설립한 것도 그해 일이다. 이 회사는 설비제공형 임가공 교역 형태로 북한에서 모티터 PCB 및 완제품을 조립 생산했다. 남측 기술진이 북측 인력을 상대로 기술교육을 실시하면서 PCB 부품 월 1500∼4500대, 모니터 완제품 월 500∼1000대를 생산했다. 유 회장은 이를 계기로 꾸준히 경협 사업을 이어갔다. 2002년에는 생산된 모니터 완제품의 포장을 위해 포장재질을 생산하는 발포수지성형공장을 평양 락랑구역에 설립했고, 북한과의 사업대금 결제 과정에서 현금 대신 현물로 받은 수산물을 보관하기 위한 2004년 급속냉동처리공장을 세웠다. 수익성을 떠나 대북경협사업의 선제적 경험은 소중한 자산으로 돌아왔다. 북측 신뢰를 받은 그는 2004년 남북합작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2006년 KT 대북 통신사업 진출, 2007년 큐리어스 대북사업(무연탄 수입) 진출 등 각종 기업 컨설팅을 담당했다. 또 2009년 MB정부 남북정상회담 협상 채널, 2011년 남북 당국대화 창구 개선 채널자로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체육·문화 등을 통한 남북한 간 만남을 위해 활동중이다.

이 사례를 비춰보면 남북경협에선 신뢰관계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이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굴곡의 과정에서도 대북 개인 채널은 작동했기 때문이다.

유완영 회장은 "남북경협에선 사업 규모와의 별개로 지속성 유지가 신뢰 구축에 필수적 요소다"면서 "일회성 교류나 행사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실질협력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측과의 초기 협상단계에서는 상호간 기밀유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뒤 "사업검토는 장점보다는 단점의 시각에서 체크해야 하고, 사업제안서에는 사업목적과 내용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세, 남북합의 정신, 현실조건 등에 맞게 사업목적(명분)을 명확히 하고 사업내용이 남북 양측에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수 있는지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경협 전략을 통해 펼칠수 있는 사업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경협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북한의 풍부한 ICT 인력 ▲지하자원 ▲관광자원 ▲물류를 꼽았다.

◇ 과학기술력, '사이버테러'가 전부는 아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은행이나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해킹으로 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탈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되는 17개국을 상대로 한 최소 35건의 사이버 해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의 기술력은 사이버테러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ICT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스마트폰 24종을 개발했고 디지털화를 통한 Full HD 방송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안면인식기술 수준도 상당히 올라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리눅스를 업그레이드 시켜 자체 OS(붉은별OS)를 만들기도 했고, 석탄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개최하는 국제인터넷프로그래밍 경연대회인 코드쉐프(CodeChef)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기술진들이 1위를 차지한 기록도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증명했다.

최현규 책임연구원은 "북한에선 사상 문제로 과학자를 문제삼지 않는 실용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산업현장 지원을 위한 과학자, 기술자 돌격대 등을 운영하는 등 과학만능 성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적 문제 해결도 과학기술로 푼다는 과학의 도구적 입장도 보이고 있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도 과학기술 위력으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대비약을 이뤄내자는 목표가 나왔을 정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의 2019년도 과학기술 목표는 생산자동화를 위한 분산형 조종체계(제어시스템 등) 고도화, 나노공업 창업, 자연재해 국가통합관리체제 및 측정계기 개발 등으로 상당수준에 올라와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북한 과학기술 경협 분야로는 철도·도로·산림 등 북한 인프라 개발시 과학기술로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모델이나 식량·에너지 등 북한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데 과학기술로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모델이 협력테마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마그네사이트 매장량 '세계 1위'

북한 지하자원의 잠재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내화재료와 마그네슘의 원료로 사용되는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23억톤으로 세계 1위다. 전략적 자원으로 평가되는 희토류 역시 2000만톤으로 세계 4위다. 이밖에도 우라늄, 망간, 아연, 철, 석탄, 금 등 광물자원과 평안북도 인근 해상에는 석유 자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17개 광종 170개 광산을 대상으로 매장량 인정 범위에 따라 3200조∼6500조원(북한자원개발연구소 추정)에 달할 정도다. 개발효과도 30년을 기준으로 33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북한은 세계적 사용량이 많은 유연탄 대신 무연탄 매장량이 많고 철강석 품질도 높지 않아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북한 지하자원을 공동개발하고자 남한 기업들이 투자사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광물공사가 흑연생산을 위해 북한에 63억원을 투자했다가 생산중 사업이 중단됐고, 태림산업이 석재생산을 위해 39억원을 투자했다고 마찬가지로 생산중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최경수 북한자원개발연구소장은 "중국 기업들도 북한 자원개발을 위해 투자사례가 있다"면서도 "북한측이 개발권을 주면서도 재산권을 부여하지 않아 투자자 입장에선 한계를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고민은 재산권 양도여부, 부가가치 제품 생산가능성, 광물개발을 위한 전력공급 안정성을 비롯해 개발장비나 판매시장 측면에서의 중국 의존도 탈피도 들어있다"면서 "광업과 전력(인프라) 사업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방안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특히 대북사업에 대한 이해당사자간 엇갈린 시각을 지적했다. 남한기업은 대북사업에서 정부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북한은 안타깝게도 정부, 공기업의 투자금은 '그냥 먹어도 되는 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익적 영역 일부분에서만 담당하고 민간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소장은 "대북사업은 꾸준하게 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가 좋을 때 만들어진 TF는 관계악화시 사라지는데, 그렇게 해선 절대 대북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북철도연결 착공식 판문역

◇ 연결되면 유럽까지도

남북간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면 중국과 유럽까지 연결되는 교통망이 완성된다. 이는 글로벌 운송로 전쟁에서 앞장설 수 있는 큰 성과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동북아철도공사 구상이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남북한을 비롯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간 철도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작년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중략)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문이 작성됐다.

이후 2018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철도조사가 이뤄졌다.

60여회 방북 경험이 있는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휴대용 측정장비 등을 통해 터널내부, 교량의 교각부 강도, 철근상태 등을 조사했다"면서 "노반 경사면 유실, 배수시설 미비, 레일·침목 마모·파손 심각, 교량·터널 정밀안전진단 필요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성-평양 구간은 시속 30km, 평양-신의주 구간은 시속 50km, 개성-사리원 구간은 시속 10∼20km 밖에 달릴 수 없는 낙후된 철도 기반시설이라는 평가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원산-금강산철도 투자제안서를 보면 구체적인 수치들이 처음으로 제시됐고 투자비용에 대한 추계도 합리적 수준에서 나타나 있다"면서 "향후 남북중러 다자간 개발협력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에게 파트너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남북 양자간이 아닌 다자간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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