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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전설 IP' 18년 전쟁…위메이드, 끝까지 웃을까

  • 2019.12.23(월) 16:28

中법원 "액토즈, 위메이드 공동저작권 침해" 판결
궁지 몰린 란샤, 회피 위해 '포럼쇼핑' 나서기도

약 20년간 지리하게 이어진 '미르의전설' IP(지적재산권) 분쟁이 긴 터널 끝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법원이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중국 란샤정보기술 간 갈등에서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기를 잡은 것.

하지만 란샤의 반격과 함께 실제 로열티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추가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위메이드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승리의 여신은 위메이드에?

23일 액토즈소프트 공시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지적재산권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이하 액토즈)와 중국의 셩취게임즈의 자회사인 란샤정보기술(이하 란샤)이 체결한 '미르의전설2' IP 계약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위메이드)의 공동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는 기존 란샤가 주장하던 미르의전설2 독점 라이선스 권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위메이드와 협의 없이 체결한 액토즈와 란샤의 계약이 위메이드의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명백히 인정한 셈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액토즈와 란샤정보기술은 위메이드와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전기아이피에 30만위안(약 497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미르IP를 둘러싼 분쟁의 승기는 위메이드가 거머쥐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위메이드는 2017년 9월14일 액토즈와 란샤를 상대로 제기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및 계약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액토즈와 란샤가 체결한 연장계약이 위메이드가 미르의전설2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해 보유하는 공유저작권을 침해했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또 액토즈가 위메이드와 각 개발사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전기래료 모바일', '최전기 모바일' '신전기 H5' 게임도 위메이드가 승소했다.

이밖에도 위메이드는 지난 5월 중국 킹넷의 계열회사 '절강환유'를 상대로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제기한 미니멈개런티(MG) 및 로열티 미지급 중재에서 승소 판정을 받고 현재 강제 집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에는 중국 게임 개발사 37게임즈를 상대로 낸 '전기패업 모바일'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메이드가 란샤정보기술을 대상으로 싱가폴중재소에 제기한 저작권 소송 결과도 늦어도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란샤정보기술과의 소송은 국제적인 공신력과 신뢰도가 높은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되고 있어 위메이드가 유리한 결과를 얻을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中 란샤 '포럼쇼핑'까지

국내를 비롯해 중국 내 미르의전설2 IP 저작권에 판단이 위메이드에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란샤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13일 위메이드는 란샤로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로 피소당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이같은 행동이 '포럼쇼핑(법정지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상황이 위메이드에 유리해지자 위기를 느낀 란샤정보기술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쇼핑이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때 다수의 국가 또는 지역 재판소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재판소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별, 지역별로 법 제도가 다른 것을 이용, 원고가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소송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원을 바꾸는 행위다.

란샤정보기술의 이번 소송은 앞서 중국 항저우 중급법원에서 소송했다가 취하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지난해 란샤정보기술은 중국 금화 인민법원에서 위메이드와 중국 킹넷 계열사인 절강환유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2건 제기했으나 올해 5월 이를 취하한 바 있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부정적 포럼쇼핑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중국은 연방제 국가는 아니지만 워낙 땅이 넓기 때문에 포럼쇼핑의 여지가 더 크다"면서 "중국 변호사들은 본인에게 유리한 지역의 법원으로 빠르게 소송을 거는 것이 변호사들의 중요한 업무 능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 분쟁의 시작은 2000년대로

위메이드와 액토즈, 란샤 간 갈등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액토즈의 창업멤버였던 당시 박관호 개발팀장(현 위메이드 의장)은 개발 중이던 미르의전설2를 들고 나와 위메이드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액토즈는 위메이드의 지분 40%를 보유하면서 미르IP의 공동 소유권을 갖게 됐다.

이들이 란샤(당시 샨다게임즈)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은 이듬해부터다. 2001년 6월 위메이드는 란샤와 미르2 서비스 계약을 체결, 9월부터 중국 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미르의전설2는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국민게임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2002년 9월 란샤는 개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100억원대 로열티 지급을 거부한다. 이에 위메이드와 액토즈는 2003년 1월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하지만, 란샤는 2003년 7월 미르의전설2를 똑닮은 '전기세계'를 출시한다. 그러면서 위메이드의 동의 없이 원작 이용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위메이드와 액토즈는 공동 원고로 중국 베이징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한다.

이런 가운데 같은 해 8월 란샤는 액토즈와 로열티 분쟁이 해결됐다며 미르의전설2 서비스를 2년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위메이드로서는 황당했다. 이후 이유가 밝혀졌다. 2004년 11월 란샤가 액토즈의 지분 38%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란샤 측에서는 액토즈를 인수해 법적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계산이었다.

2007년 1차 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중국 베이징인민법원의 화해 조정으로 3사간 법적 소송이 마무리된 것이다. 위메이드는 액토즈가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40%를 2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샨다는 전기세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는 것이 화해내용이다. 위메이드는 경영권을 안정화하고 란샤는 전기세계 표절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이때 위메이드와 액토즈도 국내외 판권 공동 소유와 수익배분을 합의했다.

그러다 2014년 2차 전쟁이 발발했다. 란샤의 경영진이 교체되며 로열티 지급이 늦어지고 미르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협의 없이 출시하면서 위메이드가 반발하고 나선 것.

란샤 측에서 이에 응하지 않자 2016년 4월 위메이드는 란샤에 미르의전설2 수권서 갱신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다. 수권서는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때 불법 서버 단속이나 사업 전개 등에 필요한 권한을 위임하는 일종의 위임장이다.

란샤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에서 미르IP를 키운 자신들도 IP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항의했다. 란샤는 중국 사업에서 자신들을 배제할 경우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위메이드는 같은 해 6월 중국 킹넷과 미르의전설2 IP 계약을 체결, 모바일 게임과 웹 게임 제작 권리를 제공한다. 공동 저작권자인 액토즈는 이에 반발해 7월 서울지방법원에 IP 사용금지 가처분을 낸다.

이후 위메이드는 킹넷의 자회사인 절강환유, 팀탑게임즈 등 10여개 업체와 미르IP 관련 계약을 체결한다. 액토즈와 란샤는 이에 대해 공동저작권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계약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 걸릴듯

위메이드가 골치덩어리였던 미르의 전설 IP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실적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메이드가 소송에서 승기를 쥐게 되면 그 판결을 바탕으로 중국 퍼블리셔들과 손해배상액에 대한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이 바로 실적에 반영될 수 없는 이유다.

위메이드가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에 제기한 중재까지 마무리되면 로열티 지급 소송 절차도 밟아야 한다.

향후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받게 될 로열티 지급은 또 별개의 문제다. 지난 18년 동안 란샤는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IP를 활용해 여러 게임들을 운영해왔다. 저작권 소송에서 완전히 승리한 다음에도 위메이드가 직접 중국 내에서 미르의 전설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위메이드는 소송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 란샤 등 미르IP를 다루게 될 중국 게임사들과 로열티 금액도 협의해야 한다.

이날 위메이드의 저작권을 인정한 중국 상하이 지적재산권법원도 액토즈와 란샤가 중국에서 게임 운영을 중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문에는 "공동 저작권소유자가 게임소프트웨어의 소유권 행사에 대한 합의가 안 되는 상황에서 란샤정보기술이 계속 운영하는 것이 공동저작권 소유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며 "PC 클라이언트 인터넷 게임의 중문판 운영을 중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다.

다만 위메이드 측은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이 실적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라이선스 사업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소송이 마무리에 접어들고 정상적인 라이선스 사업이 시작되면 연간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위메이드는 IP 분쟁 여파로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장 대표는 "사실 관계에 근거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판결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담대하게 미르의 전설2 IP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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