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BTS 소속사 하이브의 합작법인 레벨스. 레벨스가 이달 출시 예정인 NFT(대체불가능토큰) 플랫폼의 탄소 배출을 대폭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먼티카'라고 불리는 이 플랫폼은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과 하이브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다양한 디지털 수집품을 발행한다.
레벨스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개발사 람다256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루니버스를 활용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루니버스는 운영 방식을 개선해 비트코인 등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다.
모습 드러내는 두나무-하이브 NFT
업계에 따르면 레벨스는 이달중 모먼티카를 공식 오픈할 계획이다. 모먼티카는 레벨스가 처음 출시하는 NFT 플랫폼으로, 아티스트들의 무대 위 모습뿐만 아니라 기존에 공개하지 않은 사진과 영상 등을 디지털 카드 형태로 발행한다.
추후 아티스트의 음성을 담고, 하이브에 더해 타 레이블로 아티스트 풀을 넓혀 콘텐츠 다양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보유한 디지털 카드를 전시하고 거래하는 등 서비스도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정식 출시하지 않았지만 모먼티카에 대한 관심은 높다. 출시를 앞두고 2주 동안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르세라핌 등 인기 아티스트의 디지털 수집품을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하는 사전 등록 이벤트엔 약 70만명이 참여했다.
루니버스, '권위증명'으로 전력 감소
레벨스는 탄소 배출이 적은 루니버스를 사용해 모먼티카에서 NFT를 발행하고 사고파는 데에 드는 전력을 대폭 낮췄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루니버스로 '레벨스 블록체인'을 구축해 탄소 중립을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루니버스는 국제 공인 기관 '노르셰 베리타스(DNV)'로부터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받아 객관적인 저감을 지향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레벨스에 따르면 루니버스에서 매년 사용하는 전력량은 미국에서 한 세대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3% 수준인 2395kWh에 그친다.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보다 전력 사용량을 3000배 이상 절감하는 것이다. 람다256 관계자는 "루니버스는 권위증명(PoA)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저감했다"며 "누구나 손쉽게 저탄소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왜 전력 사용 많았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선 주로 '블록 생성 검증'과 '거래 검증' 과정에서 전력이 발생한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블록(노드)이라고 불리는 여러 저장 공간을 연결한 뒤,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각 블록에 기록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보통 한 노드에만 데이터를 저장하면 거래 내역을 위조나 변조하기 쉽지만, 수많은 블록에 같은 내용을 기록하면 이걸 일일이 고쳐야 해 위변조가 어려워진다. 블록체인이 위변조가 어려운 보안 기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흔히 '거래 내역'이라고 불리는 이 기록이 새로 작성될 때마다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해주는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저장공간인 블록으로 참여하려는 이가 나타났을 때 이들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확인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검증자'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거래 내역과 블록 생성을 검증했는데, 이런 알고리즘 운영 방식을 '작업증명(PoW)'이라고 한다. 검증자들은 대가로 코인을 받는데, 흔히 '채굴'이라고 불리는 코인 획득이 사실은 이 작업을 말한다.
문제는 이 수학 문제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져 푸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미 일반 컴퓨터가 아닌 전문 장비(채굴기)를 사용해야만 검증이 가능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진 상태다. 두나무와 하이브가 레벨스 설립 계획을 밝혔을 때 '기후 위기에 동참하는 BTS의 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일부 팬들이 반대했던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PoA는 어떻게 전력 사용량 줄일까
반면 루니버스는 작업증명이 아닌 권위증명 방식으로 운영된다. 권위증명이란 쉽게 말해 일정 자격을 갖춘 이들을 검증자로 뽑아 검증 역할을 전담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격을 갖춘 소수의 검증자만 거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람다256 관계자 역시 "비트코인처럼 여러 컴퓨터를 놓고 전력을 사용하면서 채굴하는 방식으로 검증하지 않고, 신뢰에 기반한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해 전력을 사용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oA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일부 검증자들이 독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데다, 검증자로 참여하는 이들이 신뢰할 만한 이들인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루니버스는 전체 검증자들 중 66% 이상이 동의했을 때만 블록을 생성하는 식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한 검증자가 악의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블록을 무작위로 생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검증자들 중 50% 이상이 찬성했을 때 새 검증자를 들이거나 기존 검증자를 내보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전체 검증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지 않을 때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는 시스템 등을 적용해 일부 검증자가 멋대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날치기'를 방지하고 있다.
람다256 관계자는 "사전에 승인된 참여자에 의해서만 블록과 트랜잭션이 검증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 가능하며, 블록의 처리 속도 등에서 고효율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역점 두는 사업"
레벨스는 두나무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역시 지난 9월 부산에서 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두나무는) 거래가 핵심인 기업인만큼 다음에 도전할 만한 사업으로 NFT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NFT 마켓을 오픈하고, 하이브와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해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직접 리드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라고 덧붙이며 레벨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송 회장은 올해 레벨스가 세워진 미국에 직접 머물면서 사업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두나무가 레벨스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건 해외 시장 진출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사업인 업비트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와 미국에 레벨스를 세우면서 글로벌 사업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UDC에서 "해외로 나가면 훨씬 넓은 시장을 만날 것"이라며 "훌륭한 아티스트와 팬덤을 보유한 하이브와 NFT 상품을 만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레벨스는 모먼티카를 통해 해외 케이팝 팬들을 공략해나갈 전망이다. 장성찬 레벨스 COO는 "모먼티카는 '포토카드 수집', '포토카드 꾸미기' 등 케이팝 팬덤이 즐기는 기존 놀이 문화를 디지털 콜렉터블 형태로 확장할 것"이라며 "세계 팬들이 모먼티카로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아트 산업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친숙하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