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투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가상자산을 사들이는 데 쓰인 투자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클립(KLIP) 지갑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K코인인 위믹스부터 '잡코인'인 클레이페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클레이튼 계열 토큰 집중적으로 사들여
19일 비즈워치와 블록체인 전문업체가 함께 클레이튼스코프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은 지난 1~2월간 다수의 개인 지갑으로부터 86만여개에 이르는 위믹스를 이체받았다. 1월31일 24회에 걸쳐 주로 3만개씩 총 63만여개, 2월14일에는 10개 지갑 중 5개의 지갑에서 위믹스 23만여개가 이체됐다.
공개된 입장문과 거래 내역을 종합해보면 김 의원은 디파이(De-Fi·탈중앙화거래소) 플랫폼 클레이스왑에 위믹스를 예치했다. 위믹스를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거나 거래소를 통해 매입하고, 예치해 리워드를 받는 등 거래도 활발했다. 클레이와 위믹스, 테더와 클레이페이 등 두 종류의 가상자산을 함께 예치해 수익률이 높은 '페어 예치' 상품도 다수 이용했다.
클립은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인 '클레이튼'의 지갑 서비스로 클레이스왑 또한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당 지갑에서는 보라를 비롯해 대부분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토큰이 거래됐다.
김 의원이 주로 거래한 토큰은 △위믹스(WEMIX) △마브렉스(MBX) △보라(BORA) △메콩코인(MKC) △젬허브(GHUB) △자테라(ZTC) △클레이스타(KSTAR) △보물(BOMUL) △피블(PIB) △클레이페이(KP) 등이다. 위믹스는 현재 자체 메인넷 '위믹스 3.0'을 기반으로 하지만 김 의원이 거래하던 당시에는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발행됐다가 이전했고, 메콩코인도 클레이튼 메인넷을 기반으로 시작해 이더리움으로 메인넷을 옮겼다.
메콩코인, 클레이페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플레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는 P2E(Play to earn)게임과 관련이 깊다. 위메이드, 넷마블,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한 토큰뿐만 아니라 젬허브, 자테라 등도 게임과 관련된 토큰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P2E게임 토큰에 치중돼 있는 것 아니냐며 로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클레이튼 기반 토큰에 집중 투자했을 뿐 P2E 위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이 투자한 지난해 초 클레이튼은 이더리움보다 가스비(수수료)가 저렴했고, 다수의 게임사가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애 등으로 많이 이탈했지만 당시에는 상당수 게임이 클레이튼 메인넷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클레이' 딱지 붙은 잡코인에 다수 투자
'클레이' 딱지가 붙은 프로젝트라면 인지도가 낮아도 크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클레이튼 기반 스테이블 토큰(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달러)을 표방했지만, 발행처가 뚜렷하지 않고 '잡코인'으로 불린 클레이페이가 그 예다. 단 클레이튼 재단과 직접 연관이 있는 가상자산은 아니다. 클레이튼은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만큼 재단과 협의 없이도 가상자산을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16일 김 의원은 테더(USDT)와 클레이페이를 사들였다. 테더는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가 고정된 비교적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클레이페이는 당시 가격조차 알 수 없는 잡코인이다. 텔레그램 방을 폐쇄하고 팀이 종적을 감춘 데다, 예정된 사업 계획도 지키지 않은 전형적인 러그풀(먹튀 사기)의 행위를 보였다.
김 의원이 보유한 클레이페이는 최초 59만개에서 현재 247만개로 늘어났다. 클레이페이의 개당 가격은 약 10~20원 수준이며 보유한 클레이페이의 총액은 48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 과거 가격 데이터가 없어 확실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김 의원의 클레이페이 투자규모는 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국 가치 하락에 따라 실질적으로 크게 손해를 본 셈이다.
이밖에 김 의원은 클레이튼의 퀵 런치패드 플랫폼을 표방한 '클레이스타' 토큰 56억개를 매입해 예치하기도 했다. 클레이스타는 당초 1조개를 발행했다가 5000억개를 소각했는데, 김 의원이 매입한 클레이스타는 전체 물량의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매입 당시의 단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현재 개당 0.000067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클레이스타 관계자는 "사전 판매(프라이빗 세일)하거나 개인적으로 판매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볼륨 늘리는 데 집중"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김 의원이 가상자산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2016년 2월에 이더리움을 8000만원어치 투자했는데, 이는 이더리움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기도 전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가상자산 초창기부터 투자를 이어온 투자자라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부터 중순까지 위메이드의 디파이 서비스인 클레바나 클레이스왑을 활발하게 이용했다.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중순까지는 가상자산 호황에 힘입어 '디파이 서머(디파이 호황기)'를 맞았던 시기다. 디파이는 수익률이 높지만 예치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가상자산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클립 지갑만 보아서는 예치 이자를 받는 구조로 볼륨(보유한 토큰의 양)을 늘리는 경향이 크다"면서 "워낙 '잡코인'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받은 토큰이 많을 뿐이고, (비교적)안전한 자산에 예치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을 통해 정확히 어느 수준의 수익을 거뒀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고 가격 변동성이 큰 '잡코인'까지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메콩코인이 급등하기 전 매수한 점으로 미루어 내부자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투자 실패 사례 중 하나인 클레이페이가 자금세탁 창구로 사용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체를 운영한 A씨는 "업계에 대해 잘 알아도 투자에 실패하기 쉬운데, 9억원에서 시작해 그렇게 수익을 냈다면 투자의 신 아니겠느냐"면서 "매도도 중요하지만 매입 시점이 언제가 되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