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서비스 'KB리브엠'이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되면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서비스를 해왔을 때와 달리,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으며 다른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에 따른 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사업자·설비미보유 재판매사업자의 은행 부수업무 지정을 공고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제공해온 알뜰폰 업무로,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 부수업무 신고서를 접수했다.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KB리브엠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저렴한 요금제로 알뜰폰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키웠다. 리브엠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초 40만명을 넘어섰는데, 전체 알뜰폰 이용자 수가 885만명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KB리브엠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도매대가(원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해 출혈경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KB리브엠은 프로모션가로 월 2만2000원에 LTE 11GB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망 도매대가(3만3000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기 위해 적자를 감수한 셈이다.
윤영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 자회사(KB리브엠)은 2019년부터 3년간 4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고객을 데이터 확보나 은행 서비스와 연계하는 락인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리브엠이 내놓은 요금제가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 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환지원금 정책과 통신사의 중저가 요금제로 알뜰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다른 시중은행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KB리브엠이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자회사만큼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는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합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안 된다.
금융위는 점유율이나 가격 관련 규제를 명확하게 내놓지는 않았다. 금융위 측은 KB국민은행의 부수업무 신고를 수리하면서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보호(구속행위 등 방지), 과당경쟁 방지·노사간 상호 업무협의,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 영업 개시 전 보고하고, 운영상황을 매년 보고하도록 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적자로 사업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은 명확한 것 같지만, 도매대가나 점유율과 관련해서는 따로 명확하게 이야기된 바가 없다"면서 "요금이 낮더라도 흑자를 낸다면, 다시 말해 사업성이 있다면 따로 제재할 게 없지 않을 것"고 말했다.